■ ‘우한폐렴’ 직격탄… 세계 귀금속 시장 ‘휘청’
중국 ‘큰손’ 지갑 닫히고… 최대시장 홍콩까지 비상 ‘진퇴양난’

印 다이아 허브 수라트, 두달간 1조3200억원 손실 전망
중국·홍콩 주문 중단땐 도시 전체 경제 마비 우려도

‘친환경 바람’에 인공 다이아몬드 각광도 한몫
채굴 다이아몬드 시장 악화일로 전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세계 귀금속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부문보다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큰손’ 소비자가 많은데 이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유통 과정도 이전보다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과 인접한 홍콩에서 거래되는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중국의 상황 악화로 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실제 프랑스 루이비통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지난해 말 미국의 대표적인 주얼리 업체 티파니를 인수하는 등 보석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는데 최근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당초 시장은 낙관적, 기업들 앞다퉈 투자=10일 아프리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앙골라의 국영 다이아몬드 회사인 엔다이마 EP는 오는 2022년 자사 주식의 30%를 매각하는 기업공개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조제 마누엘 강가 주니오르 회장은 지난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기업공개를 하게 됐다”며 “다만 이후에도 국가경영체제는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럭셔리 업계의 선두주자였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해 11월 티파니를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인 162억 달러(약 19조512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 1월엔 역대 2위 크기인 178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 ‘슈웰로(Sewelo)’를 구입했다.

당초 이들 기업의 공세적 투자는 올해 업계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에서 비롯됐다. 지난 1월 초 그랜드 뷰 리서치가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보석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480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측 기간 동안 연평균 8.1% 성장이 이뤄질 전망이었다. 전문가들은 가계소득 증가와 소비자 쇼핑 선호도의 변화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의 보석 시장 애널리스트 겸 컨설턴트인 폴 짐린스키는 2020년 시장이 약 3∼4% 상승하는 반면 다이아몬드 공급량은 그에 비례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드비어스의 1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5억45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상업용 다이아몬드 세트 가격은 높아졌다.

특히 올해 다이아몬드 생산량이 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이 올라 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다이아몬드 집산지 홍콩, 행사 취소 등으로 시장 악재 발생=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최근 발생한 우한 폐렴 확산으로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다이아몬드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과 홍콩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교통 통제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의 다이아몬드 허브인 수라트는 우한 폐렴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2월과 3월 약 800억 루피(약 1조327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수라트는 전 세계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수입한 뒤 연마해 재판매하는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주문의 40%가량을 맡고 있던 홍콩과 중국에서의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산업은 물론 도시 전체 경제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 3월 열릴 예정이었던 보석 박람회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계의 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인도의 다이아몬드 거래상인 프라빈 나나바티는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로 인해 3월 홍콩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보석박람회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인도 전체 보석업계의 손실액은 수천억 루피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나바티는 “수라트에서 가다듬어지고 정화된 다이아몬드와 보석들은 홍콩을 통해서만 전 세계로 나가고 이 박람회에서의 주문으로 1년 내 제조목표가 정해지는데 현재 인도의 거래상들 상당수가 빈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생산기업인 알로사는 매년 자사가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모스크바와 이스라엘 예루살렘, 홍콩에서 경매했는데 올해의 경우 홍콩에서 계획했던 보석 원석 경매를 취소하고 모스크바와 예루살렘 경매만 진행하기로 했다.

◇환경 이슈로 인공 다이아몬드 가치 상승=최근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 일명 랩 다이아몬드(lab-grown diamonds)가 친환경 바람을 타고 붐을 이어갈 경우 채굴 다이아몬드 시장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공 다이아몬드와 채굴 다이아몬드는 둘 다 동일한 탄소로 이뤄지지만 가격 차이는 크다. 성분상의 차이가 없는 채굴·인공 다이아몬드는 희소성에 따라 빙하와 냉동실의 얼음으로 비유된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매력인데 부수적으로 다이아몬드가 채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환경적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환경론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인도적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인공 다이아몬드 업체들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윤리적 보석임을 강조하기 위해 ‘에코(eco·친환경) 다이아몬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2014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Sullivan)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 다이아몬드는 채굴 다이아몬드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7분의 1 정도로 작고, 자원을 훨씬 적게 사용한다. 채굴 다이아몬드는 수백만 ㎡의 토양을 오염시키고 과도한 탄소 배출 및 기타 온실가스 배출로 대기 질을 악화시키며 캐럿당 약 500ℓ의 물을 소비한다. 반면 인공 다이아몬드는 토양 오염이나 탄소 배출이 거의 없으며 캐럿당 약 18.5ℓ의 물을 소비한다. 실제 메건 마클 영국 왕자비가 최근 공식 석상에 인공 다이아몬드로 제작된 장신구를 착용하고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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