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논설위원

미 印太司는 일대일로 대응用
蘇·日 이어 상징적 敵國 부상
“햇볕정책은 수십 년 낡은 생각”

미 “한·미동맹 강력” 반복하지만
中 선택 상황 정치·군사적 대비
한·미·일 ‘같은 생각’ 증명해야


2월 5일 오후 2시 미국 하와이의 히컴 공군기지 상공에 거대한 중력장이 형성됐다. F-22 랩터. 돌고래가 태평양을 유영하듯, 낮은 하늘에서 전후·좌우·상하로 현란하게 기동한다. 허락을 받고 서둘러 셔터를 눌러봤지만, 이미 태양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놀라운 것은 F-22가 기동할 때 ‘굉음’이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다.

1947년 창설됐던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2018년 5월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재편됐다. 무엇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일까. 한반도·동북아·태평양·인도양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가. 2일부터 7일까지 언론인 및 장성 출신들이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예하의 공군·육군·해병대 사령부,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를 방문해 현안을 듣고 토론도 했다. 각 사령부에서는 사령관을 포함한 고위 장성들과 한반도 데스크, 정책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양국 모두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여서 미군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필요한 메시지는 전달이 됐다.

첫째, 미·중 관계.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첫 번째 전략적 목표는 중국의 지역 패권 추구와 ‘나쁜(malign)’ 행동 억지다. 사령부 측은 “중국은 적이 아니라 경쟁자”라고 강조하지만, 한 관계자는 소련(이념), 일본(경제)에 이어 중국(패권)이라는 ‘우려의 대상’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오지만, 하와이에는 총영사관이 10개도 안 된다.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필리핀·마이크로네시아연방국 등 모두 동맹·우호국이다. 중국도 총영사관 설치를 요청했다. 그러자 미국은 “신장위구르에도 동시에 미 영사관을 설치하자”고 역제안했다. 신장위구르에서의 인권 활동을 중국이 용납할 수 없듯이, 하와이에서 중국의 핵심 군사 정보 수집도 미국이 허락할 수 없다.

굳이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이유를 물었다. 대부분 “상징적”이라고 판에 박힌 답변을 했다. 태평양사령부 시절에도 ‘할리우드에서 발리우드(인도), 펭귄(남극)에서 북극곰까지’ 작전 영역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얘기했다.

둘째, 북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두 번째 전략적 목표가 북한의 군사 도발 대응이다. 동북아에서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고 러시아가 질서 유지에 훼방을 놓는다면, 북한은 즉각적 위협이라는 것. 각 사령부 모두가 북한의 목표는 정권 생존(regime survival)이라고 진단했다. 북 정권 생존을 용인할지 말지는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다. 그러나 각 사령부는 첨단장비 배치, 신속 기동, 인권 문제 제기 등 다양한 전략·전술적 수단을 갖추고 대비한다. 한·미 연합 훈련 축소에 따른 전력 약화 우려에는 “다른 방식으로 보충하고 있고, 한반도 밖에서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일 합동 훈련이 늘어난 이유일 것이다. 토론 중에 햇볕정책 얘기가 나왔는데, 미 전문가는 “이미 수십 년 전의 낡은 아이디어이고, 한국의 젊은 세대는 생각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 한·미 관계. 각 사령부는 현재 한·미 동맹이 강력하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동맹의 미래에 대해 고심하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한 전문가는 “한반도에 유엔사령부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한·일 역사 갈등이 정치를 넘어 군사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미측은 중국 화웨이가 60개국에서 5세대(G)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통신 분야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스스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이라는 독재국가들이 팀을 짜서 미국·일본 등 법치국가들에 맞선다고 규정하면서 “미국은 동맹국에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지만, 만약 선택 상황이 온다면 미국 편에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한·미·일은 생각이 같은 나라”라면서 ‘팀워크’를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 내에 생각이 다른 세력이 있고, 그들이 집권하면 미국 대신 중국을 선택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현실은 알고 있었다. 워싱턴과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미 정치적·군사적으로 그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4월의 총선 결과도 바라볼 것이다. 이런 기본 인식은 미국 대선 결과와는 무관하다. <미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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