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회피’ 수사규칙 위반에
향후 수사권 행사 남용 우려


온라인에서 사기를 당한 경찰관이 해당 사건을 관련 수사팀이 아닌 자신이 속한 형사계에 입건되도록 조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관 본인이 피해자일 경우 사건을 회피해야 한다는 범죄수사규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앞으로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 수사권 남용 우려 현실화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과천경찰서 형사팀 소속 A 경사는 지난해 10월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박모 씨에게 50만여 원을 주고 박 씨 회사가 소유한 휴양지 이용권을 예약하려다 예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피해를 입었다. 본인 말고도 피해자가 다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A 경사는 박 씨에게 “제가 (경찰) 현직에 있는데 최대한 님을 잡아보도록 하겠다” “내일부터 사건을 생성해 수사할 테니 잘 피해 다니길” 이라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8조에 따르면 경찰 본인이 피해자인 경우 수사직무에서 빠져야 한다. 수사 공정성이 의심될 만한 경우 소속 부서장에게 ‘회피 신청’을 하는 규정도 있다.

해당 사건은 온라인 사건을 주로 맡는 지능범죄수사과 혹은 사이버수사팀이 아닌 A 경사가 속한 형사계로 입건됐다. 박 씨는 A 경사의 직속상관에 해당하는 B 경위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박 씨는 조사과정에서 “피해 발생 일자상 후순위였던 A 경사부터 환불 조치를 하라는 압박을 느껴 그대로 이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경사의 소속팀이 사건을 조사한 것에 대해 “절차대로 회피 신청을 했어야 한다”며 “형사 신분을 밝히고 협박성 문자까지 보낸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B 경위는 이에 대해 “압박 발언은 전혀 없었고 인력 부족으로 온라인 사건을 지능범죄수사팀이 아닌 형사계에서 맡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보면 수사권 남용이 의심될 경우 검사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 곳곳에 행사되는 경찰 수사권이 남용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달 말 부산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의심 환자 정보가 유출된 것과 관련, 부산경찰청은 이날 C 경위를 정보 유포자로 확인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결과에 따라서 책임을 묻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서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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