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증가세전환 예측됐지만
예상하지못한 전염병사태 발생

中생산차질·韓수출감소 불가피
내수 소비부진 등 연쇄 타격도
“투자 언감생심, 재고털이 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경제 전반에 복합 충격을 미치면서 기업 경영이 순식간에 시계(視界) 제로의 상태에 처했다.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다 보니 업종과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충격이 커지고 수요부진을 초래하면서 생산능력의 원천(源泉) 격인 설비투자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한 폐렴보다 강도가 약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는 한국경제에 활력이 넘치던 시점이었는데도 발병 후유증으로 설비투자가 곧바로 마이너스(-)로 급락해 경제성장률을 심하게 훼손했다.

10일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우한 폐렴이 중국 공장 중단 및 자동차 등 생산 중단 사태를 초래하고 부품 및 하청업체에 대한 연쇄 충격과 내수 소비부진과 서비스산업 타격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올해 설비투자 계획이 출발부터 패닉 상태로 몰리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국내 3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설비투자계획은 169조 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8년(-11.6%), 지난해(-1.4%) 연속 부진을 딛고 소폭이지만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전망을 기업 대상으로 대규모로 설문 조사하는 곳은 산업은행이 거의 유일하다.

이는 과거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및 국내외 경기가 소폭 호전될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 것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우한 폐렴 발병으로 연초 출발부터 투자 전망이 완전히 꼬이고 있다. 한상목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사 시점은 지난해 10월로, 우한 폐렴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대중수출 중 중간재와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하는 상황에서 우한 폐렴으로 중국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국내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게 불 보듯 뻔해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생산확대를 위한 설비 증설 등의 투자는 언감생심”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설비투자는커녕 갖고 있는 재고를 털어 내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올해 투자가 조금이라도 늘 것으로 예상됐던 비(非)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디스플레이 신제품, 미래형 자동차 투자, 석유화학 인프라 구축 투자,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에도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수요 부진과 불확실한 경기전망은 설비투자 위축·급랭을 초래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사스가 창궐한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 기간에 설비투자 증감률은 곧바로 급락했다. 2002년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9.1%였으나 이듬해 1분기에 2.9%로 줄었고 2분기에는 -0.7%, 3분기에는 -5.8%를 기록했다. 당시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7%대일 정도로 양호했으나 설비투자가 충격을 받았고 이의 영향으로 2003년 GDP는 3.1%로 크게 꺾였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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