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 논설위원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중대 돌파구를 마련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8년 4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있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공장을 방문해 했던 말이다. 중국 정부와 국유 칭화유니그룹이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인 24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자해 3D 낸드플래시 YMTC 공장 건설에 착공했던 게 2016년 말이었다. 우한 내에는 중국 토종 최대 메모리 회사인 YMTC 외에 노어플래시 메모리업체 XMC도 있다. 우한이 시진핑 체제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이유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벤치마킹해 우한에 조성된 광(光)밸리에는 인텔·IBM·필립스 등 굴지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처럼 중국 첨단산업의 메카를 자부하던 우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진원지가 되면서 글로벌 반도체업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YMTC와 XMC 공장은 우한 폐렴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까스로 가동은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64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이어 올해 128단을 양산하겠다는 YMTC 구상은 ‘희망 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12%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시 주석의 야심 찬 반도체 굴기 전략도 우한 폐렴 암초에 걸려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아온 한국의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 입장에선 중국의 우한 폐렴발(發) 반도체 충격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중국 업체의 생산 차질에 따른 수혜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전 세계 반도체의 53%를 소비하는 중국시장이 역병 우려로 위축되면서 시장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게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초 거세게 일던 반도체 경기회복 낙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중국 첨단산업의 메카를 자부해온 우한 내에서 야생동물을 직접 먹는 온체육(溫體肉) 식습관이 버젓이 이뤄지고 급기야 끔찍한 감염병의 발원지가 됐다는 게 아이러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개발 추이나 시장 업황보다 우한 폐렴 사망자 수와 확산 추이를 매일매일 체크해야 하는 현실은 또 다른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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