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은 누구

‘호기심의 최전선’ 고등과학원(KIAS)을 이끌고 있는 최재경(67) 고등과학원장은 한평생 ‘수학 외길’만 걸어온 수학자다. 포항공대·서울대·고등과학원 등 국내 유수의 명문대에서 순수 학문인 수학을 평생 연구하고 가르쳤지만, ‘나는 천재가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최 원장이 평생 살아온 학문의 세계는 속세와 시간이 다르게 움직이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천 건의 뉴스가 쏟아질 만큼 숨 가쁘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최 원장은 때론 한 문제를 놓고 무려 12년 동안 씨름하기도 한다. ‘같은 길이의 철사 줄로 만들어진 비누막 중 가장 큰 넓이를 갖는 비누막은 동그란 철사 줄에서 생긴 것’임을 증명하는 문제가 그랬다. 10년 넘게 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만 해결했고, 만족스러운 증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 원장은 “오래 붙잡고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해결은 요원해 깊은 괴로움에 빠졌다”고 술회한다.

심적 고뇌에서 헤어나기 위해 최 원장이 의지한 것은 문학이었다. 그는 “뜻밖에 시를 한 편 쓰게 되면서 고통은 상당히 치유됐다”며 “수학적인 아름다움과 예술적인 아름다움은 역시 상통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순수 수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최 원장이지만 소년 시절엔 황순원의 소설을 사랑하는 문학도이기도 했다. 경기고 시절 소설가를 지망하며 문과를 선택했다가 3학년 때 뒤늦게 이과로 전향했다. 지금도 단편소설과 시를 써서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남해금산’의 이성복 시인 등 문인들과 교유하며 수학과 시의 관계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오늘 4월에는 이어령·강인숙 선생이 만든 영인문학관에서 열리는 강연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오감도’의 시인 이상에 관한 강연이다. “수학의 허수 i는 한 편의 시와 같다”는 이성복 시인의 견해에 공감한다는 최 원장은 “예술적인 아름다움과 수학적인 아름다움이 청년 세대를 인도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원장을 고교 시절 수학의 길로 이끌었던 호기심은 지금까지도 연구의 원동력이다. 그는 “수학 연구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며 “문제가 풀리면 호기심이 충족되고 힘들었던 과정도 기쁨으로 보상된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쓸모가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할 때 궁극적으로 과학이 진보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가 12년 동안 끝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는 몇 년 뒤 독일의 한 수학자가 해법을 제시했다. 최 원장은 “후련함과 안도가 교차했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1953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수학과 졸업, UC버클리대 박사 △해군사관학교 교관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교수 △고등과학원 명예교수 △고등과학원 제8대 원장 △제5회 한국과학상 수학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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