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시대와 ‘포스트 봉준호’ - ② 영화 성공의 새로운 방정식

‘기생충’은 백인 남성으로 상징되는 서구 주류 문화의 풍경을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한국어로 된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고 봉준호 감독과 배우, 제작자가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장면은 전 세계인의 기존 사고 프레임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블룸버그는 11일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대비되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재능을 확인했다. ‘기생충’의 수상은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BTS)과 한류 드라마의 인기, 유튜브 ‘아기상어’ 신드롬 등을 그 사례로 꼽았다.

아시아를 바라보는 서구적 시선의 대전환은 방탄소년단에서 본격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고, 빌보드뮤직어워즈와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잇달아 수상하며, 미국 주요 TV방송과 라디오에 수시로 등장하면서 ‘별도의 장르’로 취급받던 K-팝은 어느새 주류 시장의 키 플레이어가 됐다.

봉 감독 이후, 한국영화계나 K-컬처가 해외로 진출할 때 참고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런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과 영화라는 장르는 엄연히 다르지만 콘텐츠와 문화의 진출과 소비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한 패턴이 보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적이지만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파했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 ‘자신을 말하라(Speak Yourself)’며 소외됐던 사람들에게 손을 뻗쳤다.

‘기생충’도 이와 같았다. 언어라는 장벽에 더욱 민감한 영화 콘텐츠였지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보편성, 10개월이 넘는 장기적인 바이럴 마케팅으로 도무지 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워싱턴 포스트가 아카데미 수상 직후 “아직도 ‘기생충’을 보지 못했다면 당장 나가서 보라”고 했을까.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을 통해 우리는 일종의 해외 진출 성공 방정식을 발견한 것 같다. 적어도 지난 몇 년간 되풀이했던 시행착오는 줄이게 된 것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해 봉 감독이 강조한 것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에 열쇠가 있다.

음악이든 영화든, 음식이든 패션이든 그것의 내용은 한국적이고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이어야 한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 고유의 전통으로 일단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한국적이지만 문화 기저부터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사랑과 평등, ‘기생충’의 빈부 격차와 사회 부조리, 손흥민과 류현진의 재능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것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내용이 준비됐다면 그다음은 그것을 담을 그릇과 유통의 방식이다. 그건 바로 인터넷을 통한 연결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최근 보편화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현재로서 가장 활용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한 전 세계 대중과의 접촉도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요약하면 콘텐츠와 대중성의 확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로컬이라도 퀄리티가 높으면 해외에서도 먹힌다는 걸 ‘기생충’이 증명했다. 한국의 ‘반지하’를 몰라도 그걸 은유적으로 풀어냈을 때 세계가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또한 요즘 글로벌 소비자들에겐 언어나 문화적 차이가 장벽이 될 수 없다. 어느 것이라도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다면 스스로 찾아본다. 대중을 위한 예술에 힘써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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