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에서 확인된 철칙이 있다. 권력이 공천에 개입해 ‘막장 공천’을 하면 총선에서 패배한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다. 공천에서 배제할 비박계 의원 40명에 이르는 ‘공천 살생부’까지 만들었고, ‘진박 감별’까지 했다. 결국,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관위의 공천자 선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천장 직인을 거부하며 부산으로 내려간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켰다. 애초에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로 압승하리라고 기대했지만 제2당(122석)으로 추락했다.
또 하나, ‘오만한 공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가 주도한 ‘노이사’(친노무현, 이화여대, 486) 코드 공천은 오만 공천의 전형이었다. ‘나꼼수’ 출신 막말 파동의 주역인 김용민을 서울 노원갑에 전략 공천한 것은 이런 잘못된 공천의 절정이었다. 선거 막판에 김용민의 음담패설과 여성·노인·기독교 비하 발언 등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역풍을 맞아 패배했다.
최근 중앙선관위가 그동안 관행으로 내려온, 당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비례대표 후보 공천 순위를 정하는 ‘전략 공천’에 제동을 걸었다. 비례대표 전략 공천은 “당원 전체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이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중앙선관위는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투표 절차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미스터트롯 방식의 국민공천배심원 제도’를 비례대표 후보 공천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금 종편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라는 가요 경연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면서 종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의 폭발적 인기와 성공 비결은 단순·명쾌하다. 공정과 공감 때문이다. 1만5000여 명의 지원자 중 109명을 뽑아 시작했는데 상상을 뛰어넘는 재능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등장했다. 현역 가수뿐만 아니라, 직장인·청소년까지 트로트에 자신 있는 남성이면 모두 참가할 수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 노래가 끝나면 마스터단이 현장에서 바로 투표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실력 있는 사람이 뽑힌 것이 최고 비결이다.
이런 방식을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적용한다면 전략 공천 시비는 사라진다. 일단 성별·연령별·분야별로 대표성을 갖춘 국민공천배심원단을 구성한다. 후보들을 경제·안보·외교·환경·노동 등 정책 분야별로 나눠 같은 영역에 속한 사람들끼리 1차 경쟁을 하도록 한다. 공천 배심원단이 현장에서 바로 투표를 해서 평가한다. 1차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1 대 1 데스 매치를 통해 정치에 대한 신념, 정책에 대한 이해도, 스피치 능력 등을 평가해 최종 후보를 압축한다. 2차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천 배심원단이 ‘전문성 점수’(10점 만점)와 ‘잠재력 점수’(10점 만점)를 매겨서 비례대표 최종 순위를 정한다.
이 방식의 최대 장점은 그 누구도 후보 선정에 개입할 수 없고, 최고의 정책 전문성과 미래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구든 비례구든 막장 공천과 오만 공천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을 통해 누구나 공감하는 후보가 선발돼 경쟁해야 비로소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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