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에 가기 좋은 여행지
화려한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이맘땐 조용하게 산책하기 좋아
여수서 배로 2시간 거리 거문도
붉은바다 같은 동백터널이 일품
서귀포 대정엔 수선화의 향연
홍성 남당항은 ‘새조개’가 제철
1년 열두 달 중 가장 여행지를 고르기 힘든 때가 2월이다. 2월의 풍경은 황량하다. 겨울은 지나가고 있고, 봄은 아직 멀었으니 2월에 떠나는 여행은 겨울 여행도, 봄 여행도 아니다. 그래도 2월에 떠나는 게 좋은 곳들도 있다. 그렇다고 꼭 2월에만 좋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2월에 추천하는 여행 목적지’라면 다른 계절은 물어볼 것도 없다. 가장 황량한 때에 좋은 곳이라면 다른 계절에도 좋은 건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니 말이다. 2월에도 좋은 곳, 그런 곳들을 골라봤다.
#토종 수선화의 짙은 향기…서귀포 대정
해마다 2월이면 제주도 산방산 부근의 대정 들녘은 때 이른 봄소식을 전하는 수선화의 꽃향기가 그윽하다. 대도시 근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선화는 대부분 관상용으로 개량된 서양의 꽃. 하지만 대정 들녘의 수선화는 우리 땅에서 스스로 나고 자란 순수 야생화다. 관상용 수선화가 단정한 꽃잎이 매력이라면 토종 수선화는 너덜너덜한 꽃잎과 투박한 듯한 색이 매력이다. 향기는 토종 수선화가 훨씬 더 진하다. 제주의 대정 들녘에서 수선화는 도로변과 양지바른 언덕, 마을 안의 돌담 밑과 고샅길, 들녘의 밭둑과 무덤가에서 피고 진다. 주변에 추사 김정희의 추사 적거지(謫居地)가 있다. 대정 인근에서 9년이나 유배생활을 했던 추사는 이른 봄에 피어나는 제주의 수선화를 참 귀하게 여겼다. 모진 삭풍 속에서도 향기롭고 탐스럽게 피어나는 수선화를 보며 고된 유배생활을 견뎌냈다고 전해진다.
대정 들녘 일대에는 사적지도 많다. 옛 대정현의 관아가 자리했던 대정읍, 단산 자락에 쓸쓸하게 자리 잡은 대정향교,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알뜨르비행장터와 일오동굴, 천연의 바다 전망대 송악산, 4·3사건 당시 희생된 수백 명의 양민이 한곳에 묻힌 백조일손지묘 등이 모두 인근에 있다.
#동백이 피어나는 섬…여수 거문도, 백도
여수의 이른 봄이 붉은 건 동백 때문이다. 붉은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여수 앞바다로 동백 화관(花冠)을 둘러쓴 거문도로 가보자. 여수에서 불과 2시간 정도만 배를 타고 가면 짙푸른 바다에 담담하게 몸을 담그고 있는 거문도를 만날 수 있다. 특히 115살이 되는 거문도 등대를 보러 가는 섬 안의 산책 코스는 신선바위, 365계단, ‘목넘어 잔교’를 지나 동백터널 숲으로 이어지는데, 지금 동백터널의 붉은 동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른 봄에 등대 주변에는 수선화도 피어난다. 거문도 사건으로 영국군의 침입을 받기도 했던 이곳은 역사적인 교육현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거문도에 가면 반드시 봐야 할 비경 중의 하나는 백도. 섬 전체의 봉우리가 100개(百)에서 하나가 모자라 ‘백도(白島)’라는 지명이 붙였다고도 하고, 섬 전체가 흰빛을 띠고 있어 그런 이름이 됐다는 얘기도 했다.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쯤 떨어진 백도는 29개의 크고 작은 바위섬으로 이뤄진 무인 군도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백도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이기도 하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섬을 돌아보는 것만 허용할 뿐, 섬에 내릴 수 없다.
#고즈넉한 겨울 산의 정취…정읍 내장산
늦겨울의 내장산은 고요로 가득하다. 내장산이라면 가을 단풍의 화려함을 먼저 떠올리지만, 겨울의 매력도 못지않다. 특히 요즘 내장사 뒤쪽의 암자 벽련암은 제 발걸음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질 정도로 고즈넉하다. 벽련암은 원래 내장사라 불렸으나 일주문 옆에 새로 지은 내장사에 이름을 내주고는 ‘백련암’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가 다시 벽련암으로 불리고 있다. 암자는 서래봉을 뒤로 두고 앞으로는 뼈대만 남은 겨울 산의 풍광을 마주 보고 있다. 늦겨울 내장산은 협곡과 내장사, 우화정 등이 그려내는 풍경이 마음을 붙든다. 산행에 자신이 없다면 케이블카를 타도 좋고, 등산 대신 내장사, 벽련암, 우화정 일대의 전경을 둘러본 뒤에 공원 내 자연 탐방로를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괜찮다.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의 근거지다. 황토현은 ‘일어서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흰옷에 죽창을 든 농민들이 봉건제도에 항거한 대표적 전적지다. 일대를 돌아보면 동학농민혁명기념관, 교육관, 황토현 전적지, 전봉준장군 고택 등 동학혁명 관련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 낭만과 미식을 함께…홍성 남당항
충남 홍성의 남당항은 2월 한 달 동안 겨울철 별미인 새조개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새조개란 이름은 조갯살이 새의 부리 모양과 비슷해서 붙였다. 모양도 특이하지만, 다른 조개와는 달리 쫄깃하면서 단맛을 진하게 풍긴다. 새조개 요리로는 샤부샤부로 먹는 게 보통이다. 야채를 우려낸 국물에 새조개를 데쳐 먹은 뒤,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 포구 근처의 횟집에서는 2 명이 먹기에 적당한 새조개 1㎏에 7만5000원을 받고 있다. 10만 원까지 올랐던 작년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다. 새조개와 함께 굴찜이나 주꾸미, 낙지 등을 곁들여도 좋겠다.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 새조개 축제에 맞춰가면 먹을거리 장터와 갖가지 체험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남당항에는 해수욕장은 없지만 넓은 갯벌이 운치가 넘친다. 특히 갯벌 위로 석양이 물들면 장엄한 풍경을 빚어낸다. 아침 햇살이 바다 위로 퍼질 때 점점이 떠 있는 어선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