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AI 전략 수익만 치중
과학과 문화 융합 추진해야
문화 빅데이터 전문가 육성
시장 규제 풀어 활성화 필요
현장 민간 목소리 적극 수용
다양한 분야 AI 활용 기회를
인공지능(AI)의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AI 국가전략에 문화예술정책이 포함돼야 한다. 한국은 국제 무대에서 과학기술과 마찬가지로 AI 문화정책을 만들어낼 퍼스트 무버(선도자)의 위치에 있다. 지난달 박주용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간의 문화·예술 창작물의 혁신성과 영향력을 계산하는 이론물리학 알고리즘 논문을 국제 학술지 ‘EPJ 데이터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처럼 전례 없이 과학과 문화가 융합되고 있는 21세기에 한국은 AI의 문화 행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선, AI의 문화정책을 입안함에 있어, 단기적인 활용 전략에 앞서 궁극적인 문화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2018년 12월에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 간 위원회에서 발표한 ‘문화, 플랫폼, 기계: 문화 다양성에 대한 AI의 영향’의 요지를 잠깐 소개해 본다.
‘AI는 수많은 창작자에게 권한을 주고, 문화산업이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많은 예술 작품이 늘어나도록 돕는다. 그러나 아직 기계학습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예술가와 창업자는 소수다. 대규모 플랫폼의 상업적인 논리는 공급, 데이터와 수익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장기적으로 문화 표현을 빈곤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 기술 중심의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 조금 더 확장해서 유럽과 이스라엘, 캐나다, 한국, 일본은 개발도상국들과의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 각국의 AI 전략에서 문화를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각각 문화 표현이 적어지고, 각각 사회의 다양성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추상적인 윤리를 넘어선 전략과 AI의 공공정책을 구축하고, 수행자들이 감시하고 믿을 수 있는 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 AI의 담론에서 창작 분야는 더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먼저, AI 문화정책은 문화의 다양성 및 포용성과 같은 인류 공통의 가치를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AI가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목표 이전의 가치가 필요하다. AI 문화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인도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의 1999년판 저서 ‘Commodities and Capabilities’(재화와 역량)를 다시 읽어 본다. 센이 주장한 모든 사람이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능으로서의 역량은 AI 문화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AI가 인류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역량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AI 문화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AI 문화정책 결정은 막연한 목표보다, 정부·시장·민간의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첫째, 정부의 관점이다. 한국의 AI 정책은 과학기술 분야에 치중돼 있는 현실을 잘 알고, AI 문화정책을 세워야 한다. 문화예술·스포츠·관광 등의 분야에서 국내외의 AI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 주요 원인은 물론 부차적인 원인까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AI에 있어 데이터는 식량 같은 생존 자원이다. 문화체육관광을 위한 데이터 역시 자원의 보고다. 문화체육관광 분야도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하면 왜 불편한지 문제점을 진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입장에서 딥러닝(AI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에 필요한 데이터의 분류와 추출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등 문제의 벽에 부닥친다. 그래서 문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문화 데이터 사서와 데이터에 대해 통찰력을 가진 문화 데이터 큐레이터의 육성 등 AI 문화 데이터 전문가의 양성을 제안해 본다. 동시에 데이터 사용과 프라이버시의 관계는 풀어야 할 과제다.
둘째, 시장의 관점이다. 문화시장의 자율성과 자생력이 존중돼야 한다. 한국의 빠른 변화 속에서 탁월한 문화 창작자가 나타난다. 한국 문화력은 백남준이 미디어아트의 포문을 열었고,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이 전 세계를 풍미하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의 시범종목인 e-스포츠에서 메달을 석권했다. 이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시대의 변화를 통찰하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문화 콘텐츠가 자생력을 가지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재기발랄한 AI 문화 창업자들에게 사무실 공간만을 제공하는 소극적인 지원을 넘어, AI 문화 창업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해 주고,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민간의 관점이다.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가·스포츠·관광 등의 현장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AI가 인간의 창작을 대신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역으로 인간의 창조성만을 강조한다. 예술·체육·관광 등 다양한 문화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AI가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도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인들은 AI 활용 공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 정부는 예술·체육·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에서도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AI 교육의 기회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화예술을 위한 AI 정책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참여해 문화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시대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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