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독신녀, 계집애→여아
윌북, 性·나이 비하 배제 출간

살림선 축역본으로 부담 줄여
인디고판 수채화 삽화도 눈길


할리우드 영화 ‘작은 아씨들’의 국내 개봉에 맞춰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원작 소설 번역판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작품상을 두고 경쟁을 벌인 데 이어,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의상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이를 계기로 새로 출간된 번역판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독자들의 관심을 모은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원작은 저자가 1868년에 ‘작은 아씨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1부다. 저자는 같은 해 말 ‘좋은 아내들’이라는 제목으로 2부를 발표했고, 1부와 2부를 같은 소설로 여겼다. 1부는 네 자매의 따듯한 유년시절을, 2부는 둘째 ‘조’가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성장해 가는 한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에이치코리아가 출간한 번역판은 1·2부를 합친 완역본이다. 이 번역판은 이번에 국내 개봉한 영화 속 주요 장면을 페이지 곳곳에 담았다. 소설을 그대로 구현해 낸 영화 속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가 더해진 게 특징이다. 윌북이 ‘걸 클래식 컬렉션’ 시리즈로 출간한 번역판은 현대적인 번역에 공을 들였다. 성별과 나이를 비하하는 단어들을 최대한 배제한 게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노처녀’라는 단어는 ‘독신녀’로, ‘계집애’라는 단어는 ‘여자아이’로 순화됐다. ‘숙녀답지 못하다’는 표현도 ‘교양 있는 행동이 아닌’으로 번역됐다. ‘~했소’ ‘~하오’ 등과 같은 옛 표현은 번역어로 쓰이지 않았다.

‘벽돌책’에 가까운 번역본의 두께가 부담스럽다면 축역본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살림이 지난해 12월에 진형준 전 홍익대 불문학과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펴낸 번역본은 다소 가벼운 양으로 원작을 모두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준다.

아르테는 1868년에 출간된 1부의 초판을 번역해 펴냈다. 저자의 원래 표현들을 그대로 담은 초판본을 번역하고 각주를 충실히 담아 작품의 이해를 돕는 게 특징이다. 더스토리가 출간한 번역판은 1896년 판본의 삽화를 모두 수록해 볼거리를 더했다. 인디고가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로 내놓은 번역본은 수채화로 그린 삽화를 더해 따뜻한 분위기를 준다. 위즈덤하우스가 ‘비주얼 클래식’ 시리즈로 출간한 번역본은 순정 만화를 닮은 표지와 삽화가 인상적이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