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58 ‘미래통합당’ 출범
환골탈태 아닌 신장개업 수준
지지층 넓힐 혁신과 감동 부족
통합이 승리라는 妄想 버리고
제2 제3 死卽生 승부수가 필수
黃 대표직 사퇴도 중요한 카드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든, 진보든 어느 진영도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속 4차례 이기진 못했다. 보수 계열인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통령 선거, 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3연승했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이기면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4연승이냐 저지냐의 차원을 넘어 이번 선거는 정치 지형과 국가의 주도적 이념에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권은 역대 정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국정 시스템의 측면에서 대의민주주의보다 직접민주주의를 선호하고, 국정 방향에서는 사회주류 세력 교체를 공공연히 지향한다.
보수 정치 명운은 물론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건곤일척의 승부를 58일 앞둔 17일 일단 보수정당들이 ‘미래통합당’ 기치로 다시 뭉쳤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분열됐던 새누리당이 3년 만에 일부 중도 세력과 보수 시민세력까지 포괄하는 형식으로 신장개업한 셈이다. 그러나 승리의 전망은 아직 캄캄하다. 민주당이 선거 준비와 조직력에서 훨씬 앞서 있고, ‘집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12월 “신규 당원이 현재 440만 명을 넘어섰고 권리당원은 약 190만 명,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만 해도 80만 명에 이른다”며 “총선 승리와 재집권을 통해 100년 정당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시도하는 주류 교체 및 국가 정체성 전환 작업과 100년 집권 시도를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유권자들의 힘을 한데 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해 혁신에 실패했고, 감동도 주지 못했다. 스윙보터(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부동층) 역할을 하는 20대와 50대의 한국당 비호감도가 60% 이상인데도 한국당 지도부를 그대로 승계해 선거 돌풍의 씨앗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황교안 대표는 같은 법조계 출신이고, 국무총리와 야당 대표, 대권 도전 경력이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비교된다. 이 전 총재는 1998년 종로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를 피해 송파갑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4년 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졌다. 황 대표는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택했다. 종로의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낙선을 각오한 것과 마찬가지다.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는 국회의원 배지를 포기하고,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와 맞붙는 살신성인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범중도·보수 통합에도 성공했다.
많은 국민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분노하고 있지만, 여권 지지자들이 야권으로 넘어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4년 전 20대 총선을 76일 앞두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전권을 넘겼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통합민주당과 신설 합당을 하며 한나라당 총재직을 조순 민주당 대표에게 넘기는 결단을 내렸다. 이를 통해 보수 진영 대표로 두 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확실한 리더십을 확보했다.
오늘 출범한 미래통합당이 승기(勝機)를 잡으려면 아직 까마득하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부 견제론’(45%)이 ‘정부 지원론’(43%)을 간발의 차로 앞서긴 했지만, 개인 지지도에선 이낙연 25%, 황교안 10%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더 과감한 승부수를 통해 국민 감동을 만들어야 한다. 뚜벅뚜벅 열심히 종로 지역구를 훑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특히 ‘통합당 대표’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한국당 최고위원에 4명을 추가 선임하는 방향으로 ‘임시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이런 편의적 발상 때문에 신당 효과는 벌써 반감했다. 앞으로 구성될 선거대책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그 이전에 황 대표라도 사퇴하고 지도부 이미지를 확 바꾸는 ‘쇼’라도 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총선 뒤엔 승패를 떠나 지도부를 새로 구성해야 하고, 정치적 대지진도 불가피하다. 통합만 되면 이긴다는 것은 망상이다. 제2, 제3의 사즉생(死卽生) 결단이 필요하다. 망설이면 그런 카드를 쓸 기회조차 놓치고 참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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