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적극 대응 지시했다”
늑장 대처 책임 떠넘기기 논란
시주석 비판 인사 잇달아 실종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 초기 지방정부의 감염 상황 보고에도 방역 결정을 미루고 13일 동안 늑장 대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사태 초기 자신이 적극 개입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초동 대처 미흡에 대해 지방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실제로는 시 주석이 전염병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다가 최적의 방역 시점을 놓쳤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시진핑 책임론’이 더욱 확산하는 가운데 시 주석과 중국 지도부를 비판하며 언론 자유 등을 주장한 지식인들이 줄줄이 실종되고 있다.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전날 시 주석의 지난달 3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 연설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지방정부의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달 7일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전염병을 예방하고 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시 주석이 적극 대응 지시를 내렸는데 사실상 지방정부가 무시했다는 홍보 의도와 달리 시 주석이 초기부터 상황을 인지했는데도 결정을 미뤘다는 의혹을 키웠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 주석이 전염병에 대한 적극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0일보다 최소 13일 이전에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 됐기 때문이다.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시 주석은 초기에 후베이(湖北)성과 우한(武漢)시에 적극 방제 대응을 지시했는데, 후베이성과 우한시가 각각 1월 11∼17일, 1월 6∼10일 예정된 양회(전인대, 정협)를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 시 주석의 지시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보쉰은 “오히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 시장은 중앙에 보고했지만, 지방정부는 전염병 관련 정보 공개 권한을 중앙으로부터 획득한 뒤에야 공개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즉각 결정을 못 하고 미루면서 방역 골든 타임을 놓치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분석인 셈이다.

지식인 사회는 비상이 걸렸다. 우한에서 현장 실태를 고발해온 시민기자 2명이 차례로 실종된 데 이어 신종 코로나 위기와 관련해 시 주석을 비판한 저명 교수마저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는 15일 “최근 시 주석을 공개 비판하는 글을 작성한 칭화대 법대 쉬장룬(許章潤) 교수의 친구들이 ‘수일 동안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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