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스케 예술감독 취임 연주회
첫 공연으로 말러 ‘부활’ 선택
단원들 입장때 환한 웃음 눈길
벤스케, 온화한 리더십 돋보여
명확하고 절제된 지휘 인상적
강은경 대표 “단원들 변화 적응
더 큰 도약위해 열심히 달릴 것”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선택한 것은 절묘했다. ‘부활’은 말러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나온 지 70년 후에 내놓은 오마주 작품이다. 말러는 당대에 아무도 범접할 수 없었던 베토벤의 감동을 창조적으로 부활시키는 시도를 성공시켰다. 2020년, 서울시향은 예술감독으로 새롭게 만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의 취임 공연으로 이 ‘부활’을 선보였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일제히 “브라보”를 외쳤다. 일부 관객들은 선 채로 기성에 가까운 환호를 보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내우외환으로 지난 5년 동안 예술감독 부재 시대를 겪었던 서울시향이 재도약하는 부활의 서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서울시향이 재도약하려면 연주 품질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악단 운영이 원활해야 한다. 내부 운영을 둘러싼 잡음이 외부 공격을 초래함으로써 악단 전체가 신뢰를 잃는 사태가 재발하면 안 된다. 핀란드 출신 벤스케를 새 감독으로 선임한 것은 그런 배경이 작용했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지녔으면서도 단원, 스태프와 융화하는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지난 14, 15일 열린 취임 공연은 그 리더십이 만들어낸 하모니를 느끼게 했다. 연주자(112명)와 합창단(118명) 규모가 이 곡의 여느 공연보다 크지 않음에도 정교한 해석으로 장엄함을 표현해냈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대작 영화 같다”고 한 말러 곡의 벅찬 울림을 충분히 표출함으로써 긴 여운을 줬다. 15일 공연은, 전날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은 부분을 보완했기에 청중의 만족감이 더 컸다. 즉 1악장에서 일부 악기 음색이 불안했다든지, 5악장에서 무대 뒤 밴드와 무대 위 악단의 합이 간혹 맞지 않았다든지 하는 문제가 개선됐다.
5악장은 무대 뒤쪽에서 트럼펫과 호른, 타악기 소리가 울려 나오도록 말러가 악보에 표시했다. 현세가 아닌 초월적 내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이번 공연에서 무대 밖에서 연주했던 연주자들이 악장 중간에 무대로 들어와 악단에 합류하는 이채로운 풍경이 벌어졌다. 그런 움직임이 일어날 때, 벤스케는 명확한 디렉팅으로 단원들의 집중력을 유지시켰다. 트럼펫 수석을 맡은 데이비드 고든(미국 시애틀 심포니 수석) 등 21명의 객원 연주자도 하모니에 스며들었다.
15일 공연을 객석에서 지켜본 음악평론가들은 연주가 끝난 후 서로 주먹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는 공연 전 벤스케가 무대 위로 들어선 뒤에 부악장 웨인 린(바이올리니스트)과 가볍게 주먹을 부딪치는 ‘피스트 범프(fist bump)’를 한 것에 대한 오마주였다. 그만큼 연주 품질이 만족스러웠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벤스케의 온화한 리더십이 빚어낼 서울시향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섞인 것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 전 연주자들이 입장하면서 환하게 웃음 지은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말러 2번은 기교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곡이어서 연주 경험이 있다고 해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주자들이 연주 전 즐거운 기색을 비친 것은 벤스케 리더십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벤스케는 이날 극적으로 과장된 지휘 몸짓은 절제하면서도 음악의 기쁨을 한껏 표현했다. 예컨대, 현악 주자들이 현을 뜯을 때 몸을 통통 튀는 듯한 제스처로 선율에 몸을 맡겼다.
강 대표는 “말러의 ‘부활’은 부담이 가는 선택이었으나, 벤스케 리더십 아래에서 우리 단원들은 하루하루 변해 나갔고 결국 마지막 공연에서 ‘원 팀 스피릿(one team spirit)’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지난 2018년 취임한 이후 서울시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혁신을 추진하며 벤스케를 새 감독에 선임하는 작업을 이끌었다. 시향이 세계적 악단으로 도약하려면 벤스케의 지휘와 강 대표의 경영 리더십이 화음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이번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생각에 우선은 안도감이 크다”면서도 “이제 새로운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벤스케는 올해 서울시향과 함께 여덟 번 더 연주한다. 5월에 폴란드의 현대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5월 21·22일), 영국의 작곡가 엘가(5월 29일)의 곡을 연주하고, 8월엔 자신의 모국을 대표하는 시벨리우스(8월 20·21일) 작품을 선보인다. 11월 1일 차이콥스키에 이어 12월 베토벤(12월 19, 20일)으로 마무리한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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