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문화계 극찬 속 자성 목소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신드롬이 유럽과 북미에 이어 일본으로 옮겨붙고 있다. ‘기생충’이 일본에서 개봉한 지 6주 만에 박스오피스 흥행 1위에 올라섰고, 일본 문화계는 연일 부러움과 반성이 뒤섞인 논평을 내놓고 있다.
18일 일본 흥행통신사에 따르면, ‘기생충’이 15∼16일 이틀간 관객 25만9000명, 흥행수입 3억7200만 엔(약 40억 원)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10일 개봉한 지 6주 만의 ‘역주행’ 흥행이다. 한국영화가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건 2005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15년 만이다.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대히트 이후 한류가 전성기를 누렸던 때의 기록이 이제야 깨진 셈이다. 이로써 전체 관객 수는 178만 명, 흥행수입은 25억 엔(약 269억 원)에 이르렀다. 흥행통신사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가지고 있는 30억 엔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기생충’을 바라보는 일본 문화계의 관심과 시각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 유력 출판사 고단샤(講談社)의 온라인 잡지 ‘쿠리에 자폰(Courrier Japon)’은 17일 ‘일제강점기부터 선진국까지…‘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수상으로 살펴본 한국의 성공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쿠리에 자폰은 “오늘날 한국은 부유하고 기술 선진국이고 문화적 영향력을 얻고 있다. 6·25 전쟁의 폐허를 벗어난 지 67년 만에 생활 수준은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이르렀다”면서 “대기업 쏠림, 고령화 등의 과제가 있으나 그래도 한국의 융성은 확실히 엄청난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극찬에 가깝다. 또 ‘석간 후지’는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후 반년도 넘게 화제를 유지하며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은 감독의 작전 승리”라며 “2016년 이후 아카데미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었고, 거기에 멋진 영화 ‘기생충’이 빠진 것”이라고 평했다.
질투가 나지만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6일 후지TV의 인기 토크쇼 ‘와이드 나 쇼(Wide na Show)’에 출연한 영화평론가 아리무라 곤은 “인구 5000만 명의 한국은 K-팝처럼 해외로 시장을 넓혀 엄청난 수익을 만들었다. 일본은 1억3000만 명의 내수시장이 있으니까 (오히려) ‘갈라파고스화’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사설에서 “최근 들어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영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지만,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작품이 흥행하는 일본에선 사회성 높은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각성을 촉구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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