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승용차 뒷유리에 ‘내 탓이오’ 스티커를 붙이면서 ‘남 탓만 하지 말고 자기를 먼저 돌아보라’고 했다. 당시 천주교의 ‘내 탓이오’ 운동은 스티커 40만 장이 금세 동날 만큼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현실의 잘못된 원인을 나한테서부터 찾아보자는 정신운동이었고, 가톨릭 신자를 넘어 각계로 번져나갔다. 불교의 ‘자작자수(自作自受)’도, 신약성서에 나오는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는 말도 같은 취지일 것이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보며 웃기 시작한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처음엔 피식 웃더니 급기야 소리를 내며 따라 웃는다. 최근 관심을 모았던 유튜브 동영상이다. 미국의 한 음료수 회사가 웃음이 전염된다는 데 착안해 만든 광고영상이다. 실제로 웃음 전염 현상은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우리 뇌에 있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는 신경세포를 통해 다른 사람이 웃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따라 웃거나 공감하게 된다. 이처럼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만 전염되는 게 아니라 웃음도, 남 탓하는 습관도 전염된다. 남 탓의 다른 말인 원망을 입버릇처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성인이 돼서 원망을 잘하는 못된 버릇이 생긴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가 발생 한 달을 넘고 있지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으나 16∼18일에도 확진자 3명이 잇달아 발생해 국민은 불안하다. 중국에서 사망자와 확진자 증가세는 다소 주춤하지만, 그 숫자는 계속 늘어간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덮쳐 내수 경기가 설상가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경기침체 원인을 경제정책 실패보다는 신종 코로나 탓으로 돌린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고 있는데, 전에는 야당 때문에, 요즘엔 신종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남 탓 일색이다. 한마디로 블랙코미디다. 국민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지경이다. 일반 국민은 물론 나라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라면 더더욱 그래선 안 된다. 지도자들의 ‘남 탓’은 나라를 망국으로 이끄는 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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