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작품상 등을 놓고 경쟁을 벌인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촬영상과 시각효과상, 음향믹싱상 등 기술 부문 상을 받는 데 그쳤다.
19일 개봉한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1917년을 배경으로 프랑스에 주둔 중이던 두 명의 영국군 병사가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 부대에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기 위해 전장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는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으로부터 데번셔 중대의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명령을 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무인지대로 나선다. 아카데미상 수상 부문별로 이 영화의 특징을 소개한다.
◇촬영 = 이 부문 수상은 영화가 공개된 후 명확하게 점쳐졌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면으로 이어진 듯한 느낌을 전한다. 나눠 찍은 장면을 이어붙여 한 장면처럼 보이게 하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이라는 기법으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멘데스 감독의 전작인 ‘007 스펙터’ 도입부에도 이 기법이 적용됐지만 영화 전체를 이렇게 찍는 건 큰 도전이었다. 장면의 길이와 세트의 길이가 일치해야 하고, 배우들의 동작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또 대부분 야외 촬영으로, 참호를 달리거나 360도 회전하는 장면이 많아 조명 없이 자연광에 의지해야 했다.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은 “장면의 연결을 위해 늘 구름이 뒤덮인 하늘 아래서 찍어야 했다”고 말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발걸음이 표시된 실내 세트에서 4개월간 리허설을 했다. 이렇게 촬영된 화면은 관객이 병사들과 함께 전장을 체험하는듯한 사실감을 선사한다.
◇시각효과 = 특별한 시각효과가 느껴지지 않는 게 이 영화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원 컨티뉴어스 숏을 통해 관객이 가상현실(VR)게임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화면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고도의 시각효과다. 두 병사가 폐가 마당에 서 있을 때 하늘에서 영국군과 독일군 전투기 간의 공중전이 벌어지고, 격추된 독일 전투기가 추락하며 이들 앞으로 미끄러져 오는 장면에서는 몸이 움츠려질 정도로 객석까지 현장감이 전해진다. 이 영화 속 시각효과의 압권은 밤이 된 후 폐허가 된 마을을 걷던 스코필드 머리 위로 독일군이 쏘아 올린 조명탄이 터지는 장면이다. 조명탄이 비추는 빛의 방향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지고, 스코필드가 겪는 혼란이 그대로 느껴진다. 사람과 말의 사체가 뒤엉켜 있는 등 전쟁의 참상을 담담하게 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음향믹싱 = 주인공을 1인칭 시점으로 따라가다 보면 불안감이 엄습한다. 주인공의 시각 안에서 펼쳐지는 화면을 응시하며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음향이 이런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또 처절한 장면에서는 묵직한 음향으로 전쟁의 비극성을 강조하며 주인공이 느꼈을 고독과 두려움을 고스란히 전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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