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버그 /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사스·메르스·코로나19 사태
항생제 내성 ‘유령과의 전쟁’
美 매년 2만명 내성감염 사망
치료약 공급로 거의 말라붙어
現 항생제 1970년 이전 개발
판매까지는 10년이상 소요돼
제약사, 수익성 낮아 투자 꺼려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변이한 박테리아(세균)를 가리키는 ‘슈퍼버그’와의 전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알다시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다른 생명체여서 대응에도 차이가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숙주)에 침투해 번식하는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치료가 불가능해 몸 안에 항체(백신)를 주입해 싸워 퇴치해야 하지만, 기존 백신을 소용없게 만드는 ‘변이’가 사태를 발생시킨다. 박테리아는 숙주가 없더라도 분열·증식이 가능하며, 이것의 침투로 인한 질환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으나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둘에 의한 질환은 모두 자연을 마구잡이로 조절하고 환경을 파괴한 인간의 업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슈퍼버그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역시 계속 진행 중이지만, 신종 코로나와는 다른 차원에서 환경적·경제적인 여러 요인으로 점점 인류에게 위협적인 상황이 깊어지고 있다. 그 자신이 슈퍼버그와의 전쟁 중인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의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치명적으로 진화하는 슈퍼버그의 위협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기록을 담고 있다.
책은 다리에 총상을 입고 저자의 병원에 입원한 퀸스 출신 젊은 흑인 정비공 이야기로 시작된다. 환자의 총상 주변은 ‘콜리스틴’을 제외한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신종 박테리아에 감염돼 있었다. 콜리스틴은 항생제의 ‘최후의 보루’처럼 쓰이지만, 그 독성이 신장 등 내부 장기를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신장투석이냐 사망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약물일 정도다. 심각한 것은 퀸스의 한 젊은이의 상처에까지 신종 박테리아가 침투했다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슈퍼버그는 196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1990년대까지도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의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 남발과 함께 항생제를 무차별로 사용하는 상업적 축산과 농업의 결과로 “박테리아들이 그 약효를 무력화시키는 법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이제 슈퍼버그는 퀸스 지역의 유탄에도 숨어 있고, 고작 종이에 베인 상처 때문에 옮겨질 만큼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저자는 “미국에서는 매년 2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며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약의 공급로는 거의 말라붙어 있다”고 우려한다.
1차 세계대전의 전사자는 1700만 명이 넘으며 그중 다수는 파상풍으로 사망했다. 군의관으로 참전해 그 참상을 목격한 플레밍은 1928년 페니실린을 발견했지만, 2차 대전의 참혹함을 겪은 후에야 항생제는 제약회사들의 주요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1950년대는 의료산업 복합체만 항생제 생산으로 급성장한 게 아니라 박테리아 역시 진화한 시기였다. 1962년 호주의 면역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프랭크 버넷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회혁명은 20세기 중반에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전염병이 사실상 척결됐으니 말이다”라고 선언했지만, 이것은 사실상 성급한 역사적 오판이었다. 1960년대 감염은 암이나 심장병 등에 비해 부차적인 문제가 됐고, 제약산업계 전체가 수익성이 높은 질병으로 관심을 돌리자 항생제 연구·개발(R&D)은 둔화세를 보였다. 지금 쓰는 항생제 대부분이 1970년대 이전에 개발됐을 만큼 항생제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박테리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항생제를 분해하고 파괴할 수천 가지 효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개발에서 판매까지 10년 이상,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지만, 항생제는 대체로 환자가 아플 때만 단기 처방되고 또 머잖아 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약품의 생명이 투자비를 회수할 만큼 길지 않다. 항생제 내성이 생긴 세균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를 공공재로 보고 정부 투자 제약회사의 설립이나 개발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등이 요청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자본주의 논리는 그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책은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으로부터 승인받은 ‘달바반신’이라는 항생제의 임상시험 과정을 뼈대로 삼고 있다. 이 사례들은 슈퍼버그가 우리가 전혀 눈치 못 채는 사이 실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있으며, 또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위협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392쪽, 1만8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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