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개구리의 등을 만지면 손가락 지문에 착 달라붙는 축축한 질감에 놀라게 된다. 개구리는 물에서 출발해 뭍으로 올라오는 동물이다. 물 같기도 하고 땅 같기도 한 그 질감은 개구리만의 특수한 것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봤자 개구리’의 표지에는 매끈한 개구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풀쩍 날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 표지를 감싼 종이를 벗겨내 본다. 점박이에 허옇고 끈적거리는 개구리알 덩어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어지는 면지를 완전히 메운 개구리알은 독자를 똑바로 응시하는 자연의 눈동자들 같다.
‘그래봤자 개구리’의 첫 장면은 “여기는 어디일까”로 시작하는 탄생의 독백이다. 태어나자마자 붉은 포식자들이 휘리릭 몰려와 개구리알을 덮친다. 살기 위해서 도망가려면 작은 꼬리라도 있어야 하겠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직은 알이니까 그렇다. 생사를 건 위기가 스쳐 지나간 연못 물가에도 봄이 오고 주홍 빛깔 꽃이 활짝 피어난다. 개구리알 무리도 꽃처럼 나비처럼 꽃그늘 아래에서 흔들린다. 다음의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알의 무리에서 빠져나와 마침내 한 마리 올챙이가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냐고. 나는 언제쯤 날 수 있냐고.
이 그림책을 보면서 다시마 세이조의 1989년 작 그림책 ‘뛰어라 메뚜기’가 떠올랐다. 우리는 언제나 앞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 가상의 무게 때문에 가까운 거리조차 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내려놓으면 생각보다 내 몸은 가볍고, 힘찬 뒷다리가 있으며, 높이 멀리 뛸 수 있다.
다시마 세이조는 그림책 속 메뚜기에게 천적을 물리치고 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메뚜기는 그 확신의 힘으로 로켓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장현정 작가의 올챙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발판으로 도움닫기 해 한 마리 개구리로 뛰어오른다. 하늘을 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는 강하다. 당당한 개구리로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책의 제목처럼 그래봤자 개구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구리인 자신을 긍정하고 외부 세계의 위험에 맞서면서 살아남은 개구리는 결코 그냥 개구리가 아니다. 어린이 독자라면 이 그림책을 개구리의 생태에 대한 안내서로 읽어도 좋다. 아주 예술적인 회화를 동반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책을 읽은 어린이는 자라나면서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도약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테고 그때 반드시 이 그림책이 기억날 것이다. 그만큼 생동감 넘치는 매력이 있는 그림책이다.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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