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前 한국형원전 개발 책임자

탈원전과 관련한 슬픈 기사 2건이 19일 문화일보에 보도됐다. 하나는, 국내 최대의 원전(原電) 기기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이 심각한 실적 악화로 약 1000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는 기사다. 다른 하나는, 2009년 말 우리가 미국·프랑스·일본을 꺾고 수주에 성공한 20조 원짜리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 운영허가 승인을 받은 경사가 났는데, 청와대는 물론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도 보도 자료 한 장 안 냈다는 기사다.

탈원전으로 인한 두산의 감원은, 문재인 정부가 말로는 일자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실제로는 말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해외 수출 원전의 운영허가 승인이라는 국가적 경사를 국민에게 알리지도 못하는 산업부의 태도는, 겉으론 민주정부지만 실제론 행정 독재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큰 사고가 나도 사람이 죽거나 환경이 파괴되지 않는 세계 최고의 원전을 대선 공약으로 깔아뭉개 실업자를 양산하고, 공사 기간 10년을 단 하루도 차질 없이 완벽히 공사를 해낸 기술자들의 노고를 국민에게 알리지도 못한단 말인가?

두산중공업의 감원은 탈원전 정책이 국가에 미치는 재앙의 시작일 뿐임을 보여준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두산이 모든 원전 기기를 다 만드는 게 아니고 수백 개의 중소기업이 하청-재하청으로 복잡하게 얽혀 일한다. 그런데 이 절묘하게 형성된 인프라가 깨질 것이다. 깨진 인프라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오랜 세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

많은 중소기업이 소리 소문 없이 원전 관련 기술자들을 내보낼 것이다. ‘희망퇴직’ 형식의 감원은 결국 실력 있는 사람이 나가게 돼 있다. 원전은 24기나 돌아가는데, 실력 있는 기술자들이 떠나면 그만큼 원전은 불안전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내에는 원전을 짓지 않지만, 수출을 열심히 해서 실업과 인프라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원전이 위험해서 안 짓는다면서 외국 더러는 지으라고 하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 또,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것은 세계인을 실소케 할 뿐이다.

탈원전은,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전기요금이 올라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하고 관련 공기업을 부실하게 만들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극단적인 자원 빈국이다. 원자력은 땅에서 나는 자원보다는 기술의 유무에 방점이 찍하는 전력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자원은 없고 기술은 있는 나라엔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탈원전을 하는 독일은 전기가 부족하면 이웃 나라에서 얼마든지 사다 쓸 수 있지만,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런 이웃이 없다. 태양광 발전(發電)은 전력 생산의 보조적인 역할만 가능하므로 탈원전은 결국 석탄과 석유 발전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참고로, 독일의 공기 질은 유럽 국가 중 최악이다.

각 대학의 원자력공학과 지원 학생이 급감하고 있는데, 결국은 원자력 기술자가 없는 이상한 나라로 추락할 것이다.

이런 엄청난 국가 재앙이 예상되더라도 원전 사고로 사람이 숨지고 환경이 파괴된다면 탈원전 정책을 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한국형 원전은 큰 사고가 나도 고치는 데 돈이 들 뿐 사람과 자연에는 피해가 없다. 두산의 어려움이 나라 전체의 재앙으로 번지기 전에 하루빨리 탈원전을 중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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