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질후 복귀 전례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장기집권의 주춧돌을 쌓아 ‘회색 추기경(막후 조정자)’으로까지 불렸던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56) 대통령 보좌관이 전격 경질됐다. 푸틴 대통령 측은 수르코프 보좌관의 해임사유나 새 역할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과거에도 경질 후 재복귀했던 만큼 추후 요직에 재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일 타스통신,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궁)은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수르코프 보좌관의 해임 사실을 발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수르코프는 자의로 사임했다”면서도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상 기류는 2월 초 드미트리 코작 대통령행정실 부실장이 수르코프 보좌관의 역할을 넘겨받으면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코작 부실장은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이자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세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르코프 보좌관은 2013년 9월부터 대통령 보좌관직을 맡아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들과의 협력 문제를 담당했으며 2014년부터는 친 서방 노선을 걷기 시작한 우크라이나 문제를 책임졌었다.

러시아 정치권에선 “수르코프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얻은 별명이 ‘회색 추기경’이다. 연극연출가 출신으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 행정부실장을 지냈던 수르코프 보좌관은 탁월한 정치적 감각으로 푸틴 대통령의 집권 과정은 물론, 이후 지배 이데올로기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을 옐친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위기상황을 만들고 이를 해결하는 영웅으로 푸틴 대통령을 부각시켰다. 2000년대 이후에도 대외 강경노선과 민간에 대한 통제강화를 골자로 한 러시아식 ‘주권 민주주의’ 개념을 입안해 장기집권을 공고히 했다. 주권 민주주의는 ‘러시아를 넘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주권을 지키겠다’는 논리로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어떤 세력도 힘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했다. 이 과정에서 수르코프 보좌관은 야당을 비롯한 러시아 정치권은 물론, 의회 밖 청년조직을 관리했다.

BBC 등 외신은 수르코프 보좌관이 경질됐지만 예전에도 경질 후 크렘린궁으로 복귀한 사례가 있는 만큼 러시아 정치 전면에서 퇴장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그는 2011~2012년 푸틴 당시 총리의 대통령 출마를 거부하는 시위가 장기화하자 경질돼 국내 정치문제에서 손을 뗐다가 2년 만에 다시 대통령 보좌관으로 복귀해 실권을 행사했다. 페스코프 대변인 역시 “수르코프가 향후 어디에서 일할지에 대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예단하고 싶지 않지만 그가 여러 다양한 방향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 재기용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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