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예스코 본사 집무실에서 인터뷰 도중 상의에 ‘KPGA 배지’로 바꿔 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구자철 신임 한국프로골프협회장
남자골프에 ‘스토리텔링’ 입히고 대회 코스 차별화로 역동성 부각 인맥 총동원 스폰서 찾기 ‘올인’ 2023년엔 대회 25개로 늘릴 것
베스트 3언더 7차례, 홀인원 4회 한창땐 ‘언더파 제조기’로 유명 75세 前 75타·80세 80타가 목표
제18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으로 취임한 구자철(65) LS그룹 계열 예스코홀딩스 회장은 요즘 남자골프의 다이내믹한 매력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구 회장을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예스코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먼저 구 회장의 양복 상의 깃에 달린 ‘KPGA 배지’가 눈에 들어왔다. 구 회장은 “KPGA 회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회사 배지를 떼고, 협회 배지를 달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50년이 넘는 KPGA 역사에서 고 허정구 회장, 박삼구 회장에 이어 역대 3번째 기업인 출신 회장이다. 구 회장은 “골프를 좋아하기에 언젠가 골프와 관련된 일을 통해 봉사할 생각을 해오다 남자골프의 척박한 현실 앞에서 도움이 되려고 회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올인’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지난해 말 협회장 수락 이후 구 회장은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남자골프대회 유치를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고, 기업 방문 일정을 1주일에 이틀 이상으로 늘렸다. 배지를 바꿔 단 이유도 스스로 남자골프에 전념하겠다는 다짐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오는 3월 초 이런 노력의 결실인 2020년 코리안 투어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이든 골프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구 회장의 지론. 기본기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의 밑거름이고, 특히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최대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구 회장은 “골프를 하다 보면 잘 쳤다고 자만하는 순간 바로 무너지는 경우가 있고, 골프가 잘되지 않아 마음을 비웠을 때 오히려 거짓말처럼 버디가 나올 때가 있다”면서 “자신감, 정직, 성실, 신뢰 등을 아직도 골프를 통해 배우기에 골프야말로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는 ‘인생의 참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40∼50대 중반까지 별명이 ‘언더파 제조기’였을 만큼 기량이 출중했다. LG상사 과장으로 미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1984년 사촌 형 구자열 LS그룹 회장 손에 이끌려 골프를 접했던 구 회장은 한때 경기고 동창 중 랭킹 1, 2위를 다퉜다. ‘범 구 씨 집안’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골프 실력이 남달랐다. 구 회장의 공인 핸디캡은 7. 새해 들어 5차례 라운드했는데 평균 4오버파를 자랑했다. 구 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69타. 3언더파만 7차례 기록했다. 남부, 곤지암, 제일CC 등에서 두루 작성했다.
구 회장은 남자대회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구 회장은 “지금 한국 남자골프는 밑바닥”이라면서 “올해를 남자골프가 도약할 ‘터닝 포인트’로 만들기 위해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달간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남자골프에 대한 기업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던 게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 남자골프에 대해 상품성이 떨어지니 굳이 돈 쓸 이유가 없다는 반응과 평가가 많았던 것. 사재를 털어 당장 대회 1, 2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친분이 두터운 한화와 하이트진로를 ‘콕’ 찍고, “여자대회만 열고 여자골프단만 운영하지 말고 이제 남자골프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아직껏 도와주겠다는 답은 듣지 못했다. 구 회장은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바뀔 때까지 계속 문을 두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구 회장은 인기몰이 중인 TV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범했던 가수들이 일류 무대가 만들어지자 숨겨진 자신의 매력을 발산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듯, 남자골프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기업의 관심과 팬들을 불러모으는 아이디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의 구상 중에는 여자골프에 비해 재미가 떨어진다는 프로암대회에 변화를 주고 10∼11월 가을 대회를 좀 더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다. 경기 운영 역시 지금과는 달리 1, 2라운드는 코스를 세팅해 변별력을 갖추게 하고 이를 통과한 선수들이 3, 4라운드 무빙데이를 통해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재미를 배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관계자들과 협의할 예정이다. 차별화된 코스 세팅으로 여자대회에서 볼 수 없는 남자골프만의 다이내믹함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구 회장은 PGA투어 커미셔너 초청으로 3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가는 것을 계기로 향후 외국 골프 단체들과의 교류를 활성화, 세계적인 투어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구 회장의 골프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홀인원이다. 지금까지 4차례 홀인원을 경험했다. 구 회장은 골프 시작 15년이 넘어서야 처음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는데, 이후 한 차례씩 4년 동안 행운을 안았다. 2000년 5월 곤지암CC에서 처음 홀인원을 했고 이듬해부터 한양CC, 제일CC, 마지막으로 렉스필드CC에서 홀인원을 작성했던 것.
구 회장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4년 임기를 마치는 2023년에는 코리안 투어 대회 수가 25개로 늘어나 4년 후에도 남자골프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에이지 슈트’를 달성해 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75세 생일 이전에 75타를, 80세엔 80타를 치고 싶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건강한 몸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