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공포심이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해외여행력도 없고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어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하는 게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우한 폐렴이 본격 확산한 2월 들어 주요 백화점 매출이 20% 안팎 급감했다. 극장·공연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고, 사교육 시장마저 방문 학습지 교사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하니 우한 폐렴이 몰고 온 ‘외부 접촉’에 대한 두려움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거기서 기회를 찾는 이들도 있다. 온라인·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untact) 서비스’가 그것이다. 언택트는 접촉(contact) 앞에 부정의 접두사(un)를 붙여 축약한 신조어다. 신용카드 온라인 결제액이 45% 늘고, 키 없이 스마트폰으로 객실 문을 여닫는 호텔 서비스가 등장한 게 이 같은 예다. 우한 폐렴 진원지인 중국 내에선 기업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확대하면서 화상채팅 앱·온라인 사무 도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징둥 등 중국의 대표적 e커머스 업체들 신화의 시작은 2003년 ‘사스’였다. 한국에서도 2015년 ‘메르스’ 공포가 쿠팡 신화의 단초가 됐었다. 감염 공포로 외출을 자제하며 힘을 받게 된 언택트 소비가 온라인 쇼핑 혁명을 앞당겼던 것이다. 요즘 중국에선 로봇이나 드론을 활용한 무인 배달 서비스도 속속 선을 보인다고 하니 우한 폐렴이 드론 서비스 혁명을 촉발할지도 모른다.
때마침 중국이 우한 폐렴 초동 대응에는 실패했지만, 지금은 확산을 막는 데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5세대(G) 기술을 기반으로 우한과 베이징 병원 간 영상 진료와 상담이 진행 중이고, 알리페이 앱 알리헬스를 이용해 2000여 명의 의사가 매일 10여만 명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한다. 바이러스 창궐을 등에 업고(?) 의료시장에서의 언택트 서비스가 제대로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러다 보니 2000년 시범사업 시행 이후 20년째 헛바퀴를 돌고 있는 국내 원격진료 현실이 더욱 참담하게 느껴진다. 이참에 우리 정부도 의료계를 설득해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확 푸는 게 어떨까. 위기 속에서 기회를 건지는 것도 정부와 그 사회의 능력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