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최대 10건 심사‘살인적’
유명인 구속 세간 이목 집중
근거없는 신상털이 감수해야


법원내부에서 ‘기피 보직’으로 전락한 영장전담 판사보다 일반 공판에 사법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의연(사법연수원 24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와 성창호(연수원 25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당시 두 부장이 맡았던 영장판사 업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1일 복수의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국 최대 지방법원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는 일반 형사 사건 구속영장의 경우 영장판사 1명이 하루 최소 3건, 많게는 10건 이상을 처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 재직 시절 영장 업무를 했던 변호사는 “오전에 영장심사를 해도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며 “업무 강도가 세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은 “영장을 기각하면 피의자가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받다 도주하지 않을까 걱정이고 발부하면 정식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을 때 ‘뒷감당’을 고민해야 해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구속영장 재판은 수사기록을 토대로 피의자의 유·무죄 등을 ‘예비적’으로 판단하는 사법 처리 절차지만 우리나라의 사법 시스템에서는 마치 본안 재판처럼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영장판사들은 구속영장 결과에 따라 인신공격을 받는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상에 판사들에 대한 ‘신상털기’나 무분별한 비판이 나와도 손 쓰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영장판사를 지낸 서울고법의 부장판사는 “과거에는 영장 결과가 나오면 검찰청 직원이나 익명의 시민들이 악담을 퍼붓는 전화가 사무실로 많이 왔다”며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발신자 확인을 의뢰해도 ‘판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지금은 SNS에서 판사의 판결문이나 고향, 출신을 뒤지는 일이 보편화됐다”라며 “일반 판사들은 실명까지 공개돼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유영근)는 “중요 사건의 영장 발부, 기각 결정에 대해 부당한 공격을 받는다”며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논란이 된 사건은 형사수석부장판사가 형사부의 책임자로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영장 사건 기록을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조 부장과 성 부장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으로 근무했다. 재판부가 법원 내 법관의 사무분담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일은 이례적이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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