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부터)SBS ‘낭만닥터 김사부2’의 김주헌, ‘스토브리그’의 김도현, ‘사랑의 불시착’의 양경원 등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각 출연작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왼쪽 사진부터)SBS ‘낭만닥터 김사부2’의 김주헌, ‘스토브리그’의 김도현, ‘사랑의 불시착’의 양경원 등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각 출연작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송강호 등 ‘기생충’ 주역들처럼
탄탄한 연기로 영화·TV 누벼
‘낭만닥터2’의 김주헌 대표적

‘스토브리그’ 유경택役 김도현
‘사랑의 불시착’ 양경원도 눈길
불혹 나이에도 시청자엔 신인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의 키워드가 도드라진다. 바로 연극.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모두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이처럼 대학로에서 든든한 뿌리를 내린 이들은 주류 영화, 드라마 산업을 지탱하는 젖줄이 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은 드라마를 살펴봐도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 신선하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담보하고 있는 배우들이 눈에 띈다.

◇평균 나이 41세 신인? = 주중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는 타이틀롤인 김사부를 연기하는 배우 한석규에 맞서는 인물이 눈에 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그동안 연극 ‘마라, 사드’ ‘고래’ ‘오이디푸스 왕’ 등에서 활동하던 배우 김주헌은 지난해 tvN 드라마 ‘남자친구’를 통해 안방극장에 진출한 후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꽃을 피웠다.

뛰어난 의술을 갖추고 주변의 신망도 두텁지만 돌담병원의 김사부(한석규 분)를 만난 후 질투에 사로잡힌 의사 박민국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표현하며 악역에 가깝지만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20% 안팎의 시청률을 거두며 마침표를 찍은 SBS ‘스토브리그’와 tvN ‘사랑의 불시착’ 역시 걸출한 신인을 낳았다. ‘스토브리그’에서 전력분석팀장 유경택으로 열연한 배우 김도현은 이미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는 다수 수상의 영광을 안을 정도의 실력파. 그는 연말연시 KBS 2TV ‘99억의 여자’와 ‘스토브리그’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스토브리그’와 비슷한 시기에 어깨를 견준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북한 인민군 표치수를 연기한 배우 양경원이 도드라진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건축 회사에 다니다 27세에 극단에 첫발을 디딘 늦깎이다. 이후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tvN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하며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 배우의 평균 나이는 약 41세. 상당한 내공을 갖춘 이들을 ‘신인’이라 부를 순 없지만, 연극 무대부터 다져온 탄탄한 연기력 덕분에 불혹이 넘은 나이에 ‘신선한 얼굴’로 분류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셈이다.

◇연극 배우 출신의 장점? 결국은 연기력! = 연극 무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시도는 방송가보다 영화계에서 더 적극적이었다. 긴 시간 대중에게 노출되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2시간 안팎의 러닝타임 동안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기본기가 탄탄한 연극 배우들을 선호했다.

또한 주연급 배우 중에서도 대학로에 기반을 둔 극단 출신이 많기 때문에 실력 있는 후배들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곽도원, 배성우, 김성균 등도 연극 무대에서 오랜 기간 기량을 닦은 대표적 배우다.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건달로 분해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진선규, 김성규 등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드라마 시장에서도 원석에 가까운 연극 배우들을 주류 무대로 올리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출할 때 배우 라미란, 박해수, 박호산 등을 과감히 기용했던 신원호 PD는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여주인공 역할도 연극 배우인 전미도에게 맡겼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이태원 클라쓰’의 유재명을 비롯해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의 염혜란, ‘낭만닥터 김사부2’의 진경 등도 연극 무대에서 든든한 밑짐을 채운 후 영화와 드라마 시장으로 와 결실을 맺은 대표주자다.

김주헌의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의 이은영 대표는 “김주헌은 흡입력 있는 연기력과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유연한 배우”라며 “오랜 연극 경험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구축해왔던 터라 드라마 시장에도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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