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1959∼2019)

두 달여 전 우리 부산시 직원들은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님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그분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과 안타까운 마음을 얘기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이, 늘 우리 곁에 남아 웃음을 지어주실 것 같던 분이, 갑작스럽게 떠나가심에 너무나 안타깝고 먹먹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정 전 부시장님은 업무에 있어서 탁월한 리더십으로 힘들고 어려운 문제 해결 방안과 비전제시로 무슨 일이든 힘을 모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셨다. 직장생활에 대해서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곳인데 서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직원을 항상 반갑게 미소로 맞아 주시고 직원복지를 위해서는 두 말없이 들어주시던 마음이 따뜻하고 넉넉하셨던 분이었다. 이에 직원들이 3년 연속 부시장님을 함께 근무하고 싶은 ‘존경받는 간부공무원’으로 선정했다. 부시장님은 이를 결코 잊지 못할 평생의 자랑거리라고 해 직원들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분이셨다.

1983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국무총리실,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부와 부산시 주요 요직을 거쳐 행정부시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오로지 부산발전과 부산시민의 행복을 위해 매진하셨다. 사상 스마트시티 조성, 전국 최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선언, 대중교통 무료 환승, 피란수도 부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부산형 기초보장제도 시행 등 발전의 초석을 마련해 후배공직자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또 2016년 12월 마지막 날, 정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떠나는 용단을 내려 후배들을 위한 끝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부시장님은 “그동안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못 보냈는데 이제는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일하면서 저로 인해 마음 아팠던 분들이 계시면 제 부덕이지 아무런 사심이 없었다”는 말씀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셨다. 하지만, 3년도 채 되지 않은 2019년 12월 5일 너무나 이른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머나먼 길을 떠나셨다. 4일 뒤 부산시청 후문 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장에 참석한 동료 직원과 유가족, 조문객 모두 그분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음에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울음을 삼켰다.

늘 겸손하고 소탈해 야근이나 행사가 없는 날에는 시청 인근 통돼지 김치볶음집을 찾아 직원들과 반주 한잔하며 세상 살아가는 얘기 나누길 좋아하셨다. 부시장님은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나 지위, 명성이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아끼고 소통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귀한 가르침을 주셨다. 부시장님은 우리 곁을 떠나 안 계시지만, 그 가르침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남아 싹을 틔우고 또 다른 ‘제2의 정경진’이 되어 부산을 만들어 갈 것이다.

봄이 다가오는 지금 이때쯤 부시장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남해가 고향이었던 부시장님은 “내 고향, 남해 봄 멸치가 그립다. 궁핍했던 그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남해 멸치가 그립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더 또렷해지는 기억은 오순도순 모여 나누던 숟가락 소리다”라고 하셨다. 곧 불어올 봄바람에는 부시장님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 부산시를 위하던 마음이 함께 묻어올 것 같다. 그리운 부시장님을 우리는 늘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다.

후배 여정섭 부산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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