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4·15 총선을 앞두고 탈북민들이 국내 정착 3만3000명의 탈북민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 창당 작업에 나섰다. 탈북민 200명은 지난 19일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남북통일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다. 북한 민주화와 탈북자 권익 수호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총선 참여를 목표로 오는 3월 1일 창당에 들어간다. 탈북민들이 독자 정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에 나서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적으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와 탈북인권운동가 지성호 씨가 자유한국당에 영입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여성주의를 내세운 여성의 당 창당작업도 진행 중이다. 남녀가 평등한 권리를 갖는 ‘동수 민주주의’를 내걸었는데 지난 15일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 이어 19일 부산 광역시당 창당준비위가 개최됐다. 창당에 참여한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여성의 어젠다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결사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IT벤처인들도 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된 규제에 맞서 정치세력화에 나섰다. ‘규제 개혁을 통한 대한민국 대전환’을 기치로 창당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운 기본소득당, 교육문제 해결을 내세운 교육당, 국가혁명배당금당도 있다.

틈새 창당 붐은 더불어민주당과 친여 군소당의 이른바 ‘4 + 1’ 야합으로 국회를 통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덕분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 제도에 따라 각 정당이 공천한 후보를 찍은 후 선호 정당에도 투표하게 된다. 여당 꼼수로 만들어진 기형적 선거제이나 거대 정당이 외면해온 이슈에 집중하는 소수 정당 창당 작업을 이끌어낸 의외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정 이슈에 집중하는 의제형 정당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경우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신생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기 위해선 득표율 3% 벽을 넘어야 한다. 20대 총선 정당득표율 기준으론 73만 표인데 이것에 성공할 경우 3∼4석을 얻을 수 있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 정당으로 미래한국당을 만든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검토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색 정당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은 그 나물에 그 밥식의 기성 정당에 표를 던져야 하는 지겨움에서 벗어나 비례정당 ‘쇼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군소 정당 간 연합 정치의 기초도 마련될 수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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