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군 17만명과 화상회의
“경제 목표 달성에 최선다해야”
마스크 착용 정치국원과 ‘대조’

의료진 ‘크루즈선 휴식’ 논란
확진 7만7150명·사망 2592명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정·군 간부 17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화상 대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정치국원 등 대부분 참석자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가운데 본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철저한 방역과 경제 살리기를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시 주석을 비롯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 7명의 최고 지도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 같은 장면 연출은 방역 업무와 경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이번 회의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24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홍콩 밍바오(明報)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北京)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재한 코로나19 예방·통제와 경제·사회 발전 업무에 관한 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는 신중국 건국 이후 발생한 전파 속도가 가장 빠르며, 감염 범위는 가장 넓고, 방역 난도는 가장 높은 중대한 돌발 공중위생 사건”이라며 “위기이자 중요한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상황이 심각하고 복잡하며 가장 힘든 결정적 단계고, 경각심을 늦추거나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며 방역 업무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이번 회의는 중앙 및 국가기관, 31개 성·시·자치구 및 인민해방군 등의 처장급 이상 간부 17만 명이 화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밍바오는 “중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화상 전화 회의였다”고 평가했다. 회의실 맨 앞에 나란히 앉은 시 주석과 리 총리 등 상무위원 7명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반면 시 주석과 마주 보며 그의 발언을 적고 있던 정치국원 15명과 고위 간부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화상으로 연결된 각 성의 간부들 역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점이 눈에 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장기적 발전 추세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올해 경제사회 발전 목표 임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중국의 거대한 발전 잠재력과 강한 에너지를 충분히 발현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중국 경제 등에 미치는 심각한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경제 정상화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시 주석은 특히 △코로나19 영향 최소 지역은 조속한 조업 및 생산 회복 △중간 지역은 방역과 질서있는 경제 회복 진행 △후베이(湖北)성 등 고위험 지역은 방역업무 집중 등으로 세분화한 대응을 지시했다. 시 주석은 또 초기 방역 실패 등을 놓고 자신을 향하고 있는 책임론을 의식한 듯 “중앙의 형세 판단은 정확했으며 각종 업무 배치는 적시에 내려졌고 조치는 효과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이상한’ 의료진 위로 조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CNBC 방송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당국은 최일선에서 분투하는 우한(武漢)의 의료진이 쉴 수 있도록 1500여 개의 침실을 마련했는데 공교롭게 밀실에서의 확산 우려가 높은 크루즈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양쯔(揚子)강 상류에서 7척의 크루즈선을 끌고와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의 강가에 정박시켜 의료진을 쉬게 하는 조치다. CNBC는 “중국 정부는 일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등 대형 크루즈선에서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보고도 이런 대책을 마련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3일 하루 동안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409명과 150명 늘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날 0시 현재 누적 확진자는 7만7150명이며, 사망자는 2592명이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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