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차단 실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악전고투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의료진들이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안타까움을 넘어 응급실 폐쇄와 의료진들 격리 등으로 인한 의료체계 공백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관련 대책은 졸속 일변도다.

청도대남병원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경남 창원의 한마음병원은 22일 간호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23일 의사도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과 접촉한 의료진 70여 명이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가 병원이 사실상 폐쇄됐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도 간호사와 전공의까지 잇달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들과 접촉한 의사 13명, 간호사 47명이 격리됐다. 지금까지 최소 20명의 의료진이 감염됐고 격리된 의료진은 300명에 육박하며, 급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다급해진 정부가 24일부터 환자가 병·의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의사로부터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지만, 전용 플랫폼조차 없다 보니 실효성 없는 쇼에 불과하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미 완벽한 대책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코로나 환자와 일반 환자의 의료 체계를 분리하는 방안부터 시급하다. 국공립병원 중심으로 코로나 거점 병원을 빨리 지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상한 대책 없이 의료진 감염 병원 문을 걸어 잠그는 식의 안이한 땜질 대응은 정작 진료가 급한 일반 환자들이 거리를 헤매는 의료 붕괴 사태까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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