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만에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의 일상을 크게 바꿔 놓았다. 졸업식이 취소되더니 개학마저 연기되고, 행사는 취소되고 가게는 한산해지고, 심지어 외국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이 거부되거나 격리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하루 한두 명에 불과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불과 며칠 만에 1000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충격적인 사태가 일어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코로나19가 진화해 전파력이 크게 강해졌다는 데 있다. 코로나19는 사스(2003년)나 메르스(2015년)와 달리 감염된 사람에게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밖에 없는 상태에서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무장했다.
코로나19가 이 같은 새로운 능력으로 무장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사스나 메르스와 싸웠던 기억을 되살려 전통적인 방법으로 맞섰다. 감염 위험이 있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서 감시하고 격리하고 진단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방역망의 감시를 벗어난 바이러스는 교회처럼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거나 요양병원같이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모여 있어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좋은 환경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악성 진화한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방역 체계도 강력하게 진화해야 한다. 첫째,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격리할 수 있도록 적극 보장해 줘야 한다.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은 자가격리할 수 있도록 유급휴가를 보장해 주고, 아이가 아픈 경우에도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반대로 자가격리에 응하지 않거나 규정을 위반하면 높은 벌금을 매기고 강제로 격리하는 등의 조치를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
둘째, 당분간 시장 문을 닫고 개학은 연기하는 것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야외에서는 감염이 안 된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하면서 대규모 집회를 지속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요양병원이나 교도소처럼 감염에 취약한 곳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또 다른 대규모 감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민원 부서 공무원이나 택시 기사, 판매원처럼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사람들은 매일 체온을 측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의료진과 의료 체계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이 다른 환자와 섞이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별 진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진료하다 대학병원 응급실이 모두 폐쇄돼 정작 중증환자가 길거리를 떠돌다 사망하는 일이 다시 있어선 안 된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수에 맞게 선별진료소를 늘려 나가야 한다. 대구에서 검사를 기다리다 지친 환자가 부산까지 가서 확진 받는 일이 다신 없어야 한다.
넷째, 병원을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감염병전담병원을 지역별로 지정해야 한다. 늘어나는 환자 수에 맞게 전담병원을 늘려 나갈 체계적인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공공병원뿐만 아니라 민간병원도 나서서 전담병원을 해야 한다. 10%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만으론 코로나19와 싸워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은 전파력으로 새롭게 무장한 코로나19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정부·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적전 분열해선 이길 수 없다. 국회는 방역 체계가 새 무장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정부는 국민이 방역 체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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