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가운데) 교사가  경북 포항 남구 대보중 재직 당시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과 졸업식 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미 교사·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김정미(가운데) 교사가 경북 포항 남구 대보중 재직 당시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과 졸업식 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미 교사·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포항 신흥중 김정미 교사

“넌 정말 소중해” “잘하고 있어”
엄마 같은 포근함으로 다가가
사랑 필요한 제자에게 사랑주고
경제적 지원 필요하면 힘 보태
한부모가정 학생 장학금 추천
학교폭력·학급 부적응 학생 뚝


경북 포항 남구 신흥중의 김정미(여·59) 교사는 자칭 타칭 ‘엄마 같은 쌤’으로 불린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중2병’ 전후의 아이들도 시간을 두고 친구처럼 다가가면 마음을 연다는 게 김 교사의 교육 철학이다.

김 교사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할 때 언제나 달려가고 싶은 친구,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포근한 엄마 같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것도 ‘엄마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60세를 바라보는 교사로서 주변에는 ‘나이도 많은데 그만해야지’ ‘자신이 없다’며 일찍 명예퇴직하는 교사도 많다”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아이들이 나를 원하는구나’ ‘내가 도움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퇴직까지 남은 3년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올 2월 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6669명으로, 지난해(6020명)보다 10% 늘었다. 3년 전(3652명)의 두 배가량으로 증가한 것이다. 명예퇴직 신청자가 급증한 이유로는 ‘교권 추락’ ‘민원 증가’ 등이 꼽혔다.

김정미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칠판에 ‘선생님 엄마 같아요’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를 남겼다.  김정미 교사·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김정미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칠판에 ‘선생님 엄마 같아요’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를 남겼다. 김정미 교사·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사제간의 정(情)과 교직의 보람을 말하기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이도 많지만, 김 교사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행복을 느끼는 교사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사랑을 주고,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면 지원을 보태고,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되는 게 교사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2 담임교사를 맡으며 만난 A 양에게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장학금 사업을 추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본래는 성적 상위 2∼3%에 해당하는 고등학생만 대상이 됐지만, 김 교사는 평소 다문화 가정이란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A 양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중학생도 가능하냐”며 여러 방법을 통해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수업 시간에도 “넌 정말 잘하고 있어” “넌 정말 소중한 존재야” 같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A 양은 테스트에 통과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6년 전 한 학생은 졸업식날 교무실로 찾아와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한 적도 있었다. 당시 중3 담임교사였던 김 교사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한부모가정 학생 B 군에게 유독 애정을 쏟았다. 평소 장난을 많이 치고 수업시간에 소란스러웠던 B 군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학년이 끝날 땐 “저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는 선생님은 처음이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김 교사는 ‘자격증 부자’기도 하다. 학생 지도나 상담에 도움이 되고자 공부와 외부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야간대학 사회복지과에서 1년간 공부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얻었고, 성폭력 상담이나 학교폭력 및 진로 코칭 등 다양한 자격증도 갖고 있다.

김 교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나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며 “교사가 아닌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해보니 아이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담당 학급의 학교폭력이나 부적응 학생들도 줄었다. 김 교사는 인터뷰 내내 “평범한 선생님일 뿐,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에 대해 민망해했다. 그는 “학생의 눈높이에서 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려고 노력할 뿐”이라며 “편견 없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경청하면 아이들도 조금씩 곁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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