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 다녀왔습니다. 남도 땅에는 예년에 비해 거의 한 달쯤 이르게 피어난 매화가 이제 만개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기품 있는 봄꽃의 아름다움이야 변할 리 있겠습니까만, 올해는 봄꽃을 맞는 감상이 예년과는 전혀 다릅니다. 봄꽃의 개화는 마음을 한껏 들뜨게 만드는데, 감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올봄은 들뜨긴커녕 걱정스러운 마음만 한가득입니다.
남도의 섬으로 향하는 길에서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점에서,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모두 경계의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관광지 매표소에서 자리를 비운 ‘엄마’ 대신 표를 받던 초등학생 아이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숨을 참아 얼굴이 빨개져서 거스름돈을 건네줬습니다. 한 기념관 전시실에서는 누군가 재채기를 하자, 관람 중이던 대여섯 명이 서둘러 공간을 빠져나갔습니다. 재채기를 한 뒤 머쓱해 하던 이는 사람들을 따라 나가야 할지, 거기 있어야 할지 몰라 난처해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안 나온 지방자치단체였는데도 그랬습니다.
겨울의 끝에서 기다리는 건 ‘봄이 주는 희망’입니다. 지금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추위가 아니라 감염병의 공포이니,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봄이 아니라 봄이 함의하는 희망인 것이지요. 감염병이 무서운 건 빠른 전파력이나 치명률 때문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두려운 건 ‘감염’이 사회적 관계를 흐트러트리고, 타인을 잠재적 숙주로 여기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불안과 공포로 위태롭고, 경기는 추락하고, 이 와중에서도 삿대질을 하고 있는 정치는 도무지 답이 없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공포란 ‘타인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남도에는 봄꽃이 화르르 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다름 아닌 봄꽃 같은 희망입니다. 감염은 불안과 공포, 혐오와 배척 같은 본능적 반응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이런 반응의 반대쪽에 있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성적으로 떠올려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감염자를 손가락질하고, 밀어내기식으로 대하면 환자는 숨고, 바이러스는 번져 나가는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지 않는다면 상황은 악화할 뿐입니다. 살아가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만남도, 약속도 모두 줄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얻어지는 것도 영 없지 않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타인에게 기대서 살고 있었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 새삼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남도 땅을 찾아 겨울을 이기고 돋아난 새순과 봄꽃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이었습니다.
남도의 섬으로 향하는 길에서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점에서,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모두 경계의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관광지 매표소에서 자리를 비운 ‘엄마’ 대신 표를 받던 초등학생 아이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숨을 참아 얼굴이 빨개져서 거스름돈을 건네줬습니다. 한 기념관 전시실에서는 누군가 재채기를 하자, 관람 중이던 대여섯 명이 서둘러 공간을 빠져나갔습니다. 재채기를 한 뒤 머쓱해 하던 이는 사람들을 따라 나가야 할지, 거기 있어야 할지 몰라 난처해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안 나온 지방자치단체였는데도 그랬습니다.
겨울의 끝에서 기다리는 건 ‘봄이 주는 희망’입니다. 지금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추위가 아니라 감염병의 공포이니,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봄이 아니라 봄이 함의하는 희망인 것이지요. 감염병이 무서운 건 빠른 전파력이나 치명률 때문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두려운 건 ‘감염’이 사회적 관계를 흐트러트리고, 타인을 잠재적 숙주로 여기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불안과 공포로 위태롭고, 경기는 추락하고, 이 와중에서도 삿대질을 하고 있는 정치는 도무지 답이 없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공포란 ‘타인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남도에는 봄꽃이 화르르 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다름 아닌 봄꽃 같은 희망입니다. 감염은 불안과 공포, 혐오와 배척 같은 본능적 반응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이런 반응의 반대쪽에 있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성적으로 떠올려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감염자를 손가락질하고, 밀어내기식으로 대하면 환자는 숨고, 바이러스는 번져 나가는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지 않는다면 상황은 악화할 뿐입니다. 살아가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만남도, 약속도 모두 줄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얻어지는 것도 영 없지 않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타인에게 기대서 살고 있었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 새삼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남도 땅을 찾아 겨울을 이기고 돋아난 새순과 봄꽃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이었습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