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확진자 나왔을 때
바로 ‘심각’ 격상했어야”
“외부유입 많을수록 악화
사람사이 거리두기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자가 밤사이 169명이 증가해 1146명에 달하면서 정부가 한 발짝씩 늦은 대응으로 일관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감염원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학적 판단을 무시하고 경제나 외교를 더 중시한 정무적 판단을 한 결과 감염병 확산을 막을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확산세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격리’ 등 수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초기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방역 대책에 대해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를 전부 통제했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인 유입 차단을 지체하다 우리가 거꾸로 문이 닫히면서 갑자기 삼류국가가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의 첫 국내 확진자는 지난달 20일 발생했지만, 정부는 중국 전역이 아닌 이미 중국 당국이 봉쇄 조치를 취한 후베이(湖北)성에서 오는 입국자들에 대해서만 차단 조치를 내렸고, 이후 현재까지 약 28만800명의 중국인이 입국했다. 마찬가지로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률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중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지목했다. 현재까지는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양상이지만, 외부(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을수록 상황은 악화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국 입국제한은 이미 늦었다고 하는데, 결코 늦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부처 간 손발이 어긋나며 판단을 그르쳤던 부분도 감염병 확산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는 국민, 의료계, 정부 간의 단합된 움직임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어려운데, 한 발짝씩 늦은 상황이니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도 “서울 종로에서 감염경로가 묘연한 29번 확진자가 등장한 데 이어 신천지교인으로 확인된 31번 확진자가 나왔을 땐 심각 단계로 격상했어야 했다”며 “당시 상황이 심각 수준임에도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했던 정부는 명백한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발 빠르게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모든 환자를 다 찾아내서 다 격리시키는 것이 가장 지향해야 할 최선의 목표”라며 “대구 의심환자에 한해서라도 연수원 등 별도 격리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 사태가 의료자원에 부담이 되는 것을 지적하며 “기존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이 국민 건강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이제는 ‘각자도생’으로 개인이 서로 거리를 두고 사회적 격리를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선형·윤정아·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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