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 평균 79세 면역 취약
“호흡기질환자 감염땐 치명적”
인근 삼척 확진자 발생에 불안


“진폐증 환자는 호흡기가 약한 데다 고령자가 많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진폐증 환자가 치료받는 강원 태백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진폐증은 폐에 들어온 미세한 석탄가루 때문에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폐렴 등 합병증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태백시에 따르면 시에는 석탄 산업의 후유증으로 진폐증 환자 23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태백시 인구(4만3681명)의 5.2% 정도가 진폐증 환자인 셈이다. 이 중 증상이 심한 180명이 진폐 전문병원인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에 입원 중인 진폐증 환자는 평균 79세로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이다. 태백병원은 현재 병동과 입원실에서의 환자 병문안을 금지한 상태다. 병원 출입문은 열화상 카메라와 자동 손 소독기가 설치된 중앙 현관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통제됐다.

그러나 지역에 거주하며 생활하는 진폐증 환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인접한 삼척시와 경북에서 잇따르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통원 치료를 받는 환자 김 모 씨는 “삼척과 경북 등 인근 지역에서 환자가 속출하면서 걱정을 넘어 무섭기까지 한 상태”라며 “폐가 약한 진폐증 환자에게 호흡기 질환은 치명적이어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이 이스라엘 성지순례(4~14일)를 다녀온 후 인후통과 기침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지역사회가 긴장하기도 했다.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와 안도했지만, 지리적 특성상 태백이 대구·경북에서 강원 내륙으로 오는 길목에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지역에서 진폐증 환자 지원 역할을 하는 사단법인 전국진폐재해자협회는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임시휴무에 들어갔다. 김기섭 회장은 “진폐증 환자와 대면이 많은 업무 특성상 직원이 감염되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휴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백시 관계자는 “면역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진폐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높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특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태백 =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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