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실업률은 지난해 3월에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최저치인 4.9%를 기록한 뒤 5%대를 유지 중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통일 후유증으로 실업 증가와 장기 침체를 겪은 독일 경제는 하르츠 개혁으로 대전환을 맞았다. 하르츠 개혁은 노동시장 유연화, 실업자 복지 혜택 축소, 창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개혁을 주도한 건 우파가 아니라 유럽 사회주의를 주도해 온 독일 사민당 출신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였다. 슈뢰더 총리는 당내 비판에 개의치 않고 끝까지 개혁을 밀어붙여 고용 개선과 기업 경쟁력 회복을 이뤄냈다.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슈뢰더 총리는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지만,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고 개혁을 밀어붙인 슈뢰더 총리의 결단이 없었다면 독일 경제의 체질 개선도 없었을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혹독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의 국가 지도자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책은 한국의 노동 운동 현실과 기업 경영 현장을 살피면서, 외국의 실패한 포퓰리즘 정책과 성공한 노동개혁 사례를 비교 분석한다. 30여 년간 노동운동·노사문제·고용노동정책을 취재해 온 저자는 오랜 세월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한국의 바람직한 노동개혁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한다.
저자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으로 이념과 정치 투쟁을 지나치게 벌이는 대형 노조와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을 꼽는다. 저자는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 자리에 오른 민주노총이 촛불시위를 이끈 개국공신을 자처하며 정부의 친노동정책과 만나 거대 권력집단으로 탈바꿈했다고 지적한다. 권력의 독점과 세습을 노리는 노조 간부들이 일반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보다 계파 간 선명성 경쟁과 주도권 다툼에 집중하는 가운데, 정부도 민주노총의 불법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또한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으며, 정부 예산을 통한 노인 일자리만 늘어나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화, 국제 기준에 맞는 노사관계법 개정, 임금체계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저자는 국가 지도자에게는 노동개혁의 당위와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노동계에는 집단이기주의와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노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271쪽, 1만6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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