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 前 駐유엔 대사

코로나 入國규제 탓할 수 없어
국익 우선 못한 스스로 탓해야
북한은 초기에 국경 전면 봉쇄

미·북 核협상 다시 전략적 인내
도발 없어도 평화 환상은 위험
방위비 ‘특단의 타결’ 서둘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제적으로 한국인 입국 금지 및 제한 국가가 늘고, 급기야 중국에선 한국인의 입국을 규제하는 등 기가 막히는 반전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 나라들을 야속하다고 볼 필요는 없다. 원래 국가란 개인과 달리, 의리와 도덕성에 기초하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국익(國益)을 우선하므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함이 우선이다. 당초에 초기 방역 실패와 중국발 입국자 관련 미온적 대처로 정부의 신뢰도와 거버넌스 능력에 치명적 손상을 야기했다. 북한은 초기에 국경 폐쇄 조치를 하고 바이러스 청정국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방역 및 의료체계가 미흡하고 주민들의 평균 면역력이 낮은 상태를 고려하면, 감염자 발생은 그들 표현대로 ‘국가 존망’의 사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동북아 16억 인구의 안위를 책임진 한국·중국·일본 3국 지도자의 지도력에 심한 내상을 안기고,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연초 김정은의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와 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초 국정연설 내용에서 보건대 올해 남북관계와 미·북 협상의 전망도 어둡고, 북한 비핵화는 당분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팽팽한 소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국경 봉쇄와 경제난 등의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핵과 미사일 도발을 자행할 여유는 없으리라는 전망이지만, 내부적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는 3년 전 ‘최대 압박과 관여’를 외치며 취임한 후 김정은과 3차례 정상회담을 했으나, 그동안의 비핵화 외교 노력은 실패했다고 본다.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 결렬 후 대북 협상팀의 활동도 유명무실해지면서 이제 트럼프 자신이 그토록 비난했던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로 사실상 돌아가는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실패한 트럼프를 모방하며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만 없으면 괜찮다는 몽롱한 생각에 점차 젖어들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특히 북한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제재로 인한 어려움에 더해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며 그에 따라 북한 사회의 취약성이 심해지고 김정은의 정권 장악력에도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다. 그렇다고 곧장 북한이 남쪽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심각한 판단 착오다. 그렇기에 현 정부의 대북 확증편향에 따라 이를 무슨 돌파구로 생각해 성급하게 전면적 교류 증진의 기회로 보고 관광과 남북 경협을 준비한다면 북측의 갑질 악습을 부추기고 무시와 조롱에 찬 반응을 받을 것이며,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는 외면과 불신을 받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외교적 오류와 한·미 공조 불협화음 발생의 씨앗이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이 27일, 내달로 예정된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 때 축소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실기동 훈련을 축소한 데 이어 시기 언급 없이 올해 훈련이 연기된 것은 연합방위 능력 차원에서 우려스럽다. 정부는 불감청이나 고소원(不敢請固所願) 격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특수 상황에 따른 세심한 대안(代案)을 마련해야 한다. 특수 상황에 신속히 적응하는 것 자체도 훈련의 일부분이다. 또한, 방위비 분담 문제도 규모에 관해 이제 협상 대표들의 차원을 넘어선 이상 향후 외교 및 국방장관급에서 특단의 협의를 거쳐 시급히 매듭지어야 한다.

평상시 건전한 상식으로 운영되는 국정의 많은 부분이 위기 때는 즉시 전문성으로 대체돼야 한다. 정부는 의료 전문가들의 건의를 무시하고 중국 눈치 보기와 정치적 셈법에 빠져 골든타임을 놓쳐 야기한 참담한 결과를 국정의 모든 부분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국가의 역량과 수단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지만, 의료진과 병상 등 대처 능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와 관련, 국가 총동원 개념 아래 현재 제한적 지원 역할을 하는 군(軍)의 방대한 인력과 전문성 및 장비를 국가적 재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도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교·안보 면에서는 이 상황이 앞으로 북한의 체제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내다보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국가 안보전략을 입체적으로 냉정하게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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