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지하철 다수 빈 채 운행 “환자 폭증할거란 소문 현실화 집도 더는 안전하지 않은 듯”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말 끔찍합니다.”
대구에서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첫 발생 9일 만에 1000명을 넘어서면서 시민들이 경악했다. 방역 최일선에 선 공직자들은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사수를 다짐했지만 붕괴한 방역망에 넋을 잃었다. 대구 전역이 초토화되면서 그동안 외출을 자제했던 시민들은 “집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대구 중구 동성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문을 열었던 상가마저 굳게 잠겨 있었고 시민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이곳 옷 가게 주민 김모(45) 씨는 “환자들이 폭증할 것이라는 소문이 현실화됐다”며 “문을 닫고 집에 가서 가족과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는 지난 18일 첫 확진자(31번·여·61)가 발생했으며 26일 710명에서 307명이 증가해 이날 오전 10시 현재 1017명으로 폭증했다. 또 수성구 시지동에서는 10개의 가게 가운데 8개가 닫혀 있었다. 주민 김모(45) 씨는 “코로나19 대발생 소식에 문을 닫고 긴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는 평일인데도 차량이 가득 차서 이중 주차돼 있었다. 일부 시민은 팔공산 등 산속으로 피신했다. 수성구 지산동에서 만난 김모(44) 씨는 “도심에 있기가 너무 불안해 도시락을 만들어 낮에는 산속에서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심을 오가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역시 대부분 손님 없이 텅 빈 채 움직였다. 수성구 신매동 앞 버스 승차장에는 10여 대의 버스에 손님은 총 20명도 채 안 됐다. 최모(여·50) 씨는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사태가 여기에도 났다”고 불안해했다. 또 옆에 있던 임신부 김모(30) 씨는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어떻게 해…”라며 울먹였다. 대구 지하철(1·2·3호선)은 평일 평균 45만7586명이 이용했으나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8일 39만4690명, 26일에는 12만5610명으로 급감했다.
공직사회도 끔찍한 현실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구시청 한 사무관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발생 전부터 집에 가지 않고 밤을 지새웠는데, 이제는 정말 힘들다”며 한숨만 쉬었다. 시민들은 방역망이 붕괴하자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냈다. 수성구 지산동에 사는 박모(66) 씨는 “막으라는 중국은 안 막아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대구에 이어 전국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경북도도 코로나19가 농촌 지역에 파고들고 있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경북 농촌 지역도 2차 감염이 발생하고 일부 확진자는 다중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차별 확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 사는 김모(77) 씨는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혀를 찼다. 의성군에서는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주민 2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2차 감염자 6명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