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자국민 안심시키기
경제 타격 최소화하려는 의도
“코로나 확산땐 무엇이든 할 것”

이수혁 “우리 정부 조치 공유”
여행경보 상향 조정은 못막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국민 안심시키기에 주력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 코로나19로 경제가 흔들리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행보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며 잠시 미룬 것도 경제 타격을 우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다만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하겠다고 문을 열어둔 만큼 한국이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중국과 같은 입국 제한 조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가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뒤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 조정하면서 이런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특출한 미국 전문가들이 초기에 해야 할 적절한 조치들을 신속히 취해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확진환자는 15명”이라며 “5명은 완치됐고, 8명은 회복해 집으로 돌아갔으며, 1명은 나아지고 있고, 1명만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통제하고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한다면 해야 할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나라”라며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매우 준비가 잘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의회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악관이 요청한 25억 달러 규모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배정한다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보건당국이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시간 문제라며 경고 수위를 올리고, 주식시장 폭락 등 경제적 타격이 발생하자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자회견을 통해 파문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에 선을 그은 것도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날 인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입국 금지와 같은 한국에 대한 고강도 추가 조치가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는 미뤘지만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로 올리면서 향후 입국 금지로 갈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과 비슷한 시간에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 ‘여행 재고’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전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 대응을 설명하는 등 미국 측 추가조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주력했다. 입국 금지 조치는 피했지만 여행경보 상향조정을 막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셈이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이날 특파원간담회에서 “상당 기간 대사관 차원에서 접촉해 미국 정부가 취할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우리 정부가 취하는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현재 양 보건 당국 간에 실시간 상황 공유가 이뤄지고 있고 대사관 차원에서 국무부, 백악관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사는 “국무부, 백악관 등과 소통 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국내 조치가 매우 선제적이고 적극적이라는 점과 정부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해외에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이런 적극적인 조치와 투명성이 국내 확진자 수 증가의 배경이라는 점을 적절히 알리는 동시에 미국 측 조치가 가져올 제반 파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 미국 내 여론 등 다양한 차원의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