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부터였던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세로 바뀌던 지난달 21일, 이영애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어려워진 취약계층을 응원한다”는 뜻이었다. 연말연시 연예인들의 기부 소식을 간혹 접하긴 했어도 무척 반가운 뉴스였다.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이후 엔터테인먼트 스타들의 기부 릴레이가 어느 때보다 길고 뜨겁게 이어졌다. 이병헌과 유재석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써달라며 각 1억 원을 내놨고, 연예계 대표 커플 김우빈-신민아가 각 1억 원씩 성금을 보탰다. 아카데미 4관왕을 일궈낸 주역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도 일본 개봉 행사를 다녀오기 무섭게 1억 원씩 내놓았다. ‘기부천사’ 아이유는 현금과 물품을 합쳐 2억 원, 대구 출신인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는 성금 1억 원을 전했다.
그 밖에도 연예인들의 기부 행렬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지난 일주일간 기부 릴레이를 펼친 연예인만 줄잡아 80명. 정우성, 김혜수, 손예진, 김희선, 이서진, 수애, 송중기 등이 거액을 쾌척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행으로 사회를 감동시켰다.
어디 스타 연예인뿐이랴.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기부와 도움의 물결이 퍼졌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인들은 험지 봉사를 주저하지 않았다. 기업은 수십억 원씩 정성을 모았다.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도 벌어졌다.
그런데 도대체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대구 코로나’ ‘대구 봉쇄’니 하는 실언도 모자라, 마스크 대란으로 시민들의 상처만 더 자극했다. 국회의원들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당내 경선 결과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하물며 기부는 꿈도 못 꿨다.
좋은 핑계가 있기는 하다. 정치인 기부 행위는 상시 제한된다는 점. 1994년 3월 제정된 공직선거법 제113조가 근거다. 이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정당 대표자 및 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해당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 행위를 할 수 없다. 해당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으면 역시 안 된다.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공직선거법 제112조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가 가능한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법으로 설치된 보호시설에 의연금품을 제공하거나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중증장애인에게 자선·구호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등은 가능하다. 경로당, 복지시설을 방문해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 되지만 수용보호시설, 구호기관, 장애인복지시설을 돕는 건 괜찮다는 얘기다. 기부가 강요될 수는 없다. 그 사람의 진정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아쉽고 씁쓸하다. 강효상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사비 1000만 원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일 방호복을 입고 대구에서 진료 자원봉사를 했다. 정파와 진영을 떠난 인정의 발로다. 기부 행위에 대한 법적 한계를 다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그 전에 제발 그 입은 다물고 몸과 마음의 문부터 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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