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욱 서울대 명예교수·보건학

중국에 이어 2위로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고, 2일 0시 기준으로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감염 확진 환자도 42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우리의 방역체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실패한 방역체계가 다음과 같이 개선되길 기대하며 3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질병관리본부의 획기적 위상 격상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질본은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마련하고 위험 단계가 ‘경계’ 수준으로 격상되면 중앙방역대책본부로 전환되는 체제로 돌입한다. 감염병 발생 시 외부로부터 유입을 차단하는 것은 가장 먼저 해야 할 기본 원칙이다. 한 감염자에 의해 퍼져 나갔던 메르스 때도 발생원이 국내에 있었으나, 중동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 관리를 했었다. 코로나19의 경우는 발생지인 중국으로부터 더 이상의 의심스러울 유입을 차단하는 게 너무도 당연했다. 이것을 질본이 의식했다는 징후는 여러 군데서 나오지만 차단 조치는 없었다. 왜일까? 질본의 매뉴얼은 책임만 있었지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본의 위상 정립은 어찌해야 할까? 이번 같은 감염병의 창궐은 가히 국가재난의 수준이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까지 위협을 받는다.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우면 계엄령을 발동하고 모든 책임과 권한은 계엄사령관에게 집중된다. 방역대책본부를 계엄령에 준할 정도의 비상방역체계로 격상하고 본부장은 계엄사령관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도록 방역체계의 법률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 안위에는 계엄사령관이 전문가이듯이 방역은 방역대책본부장이 전문가다. 이 같은 획기적인 위상 격상이 없는 한 방역체계는 도돌이표만 찍는다.

둘째, 방역대책본부의 조직 개편이다. 방역에 관한 기획과 행정 조치, 자원 동원에 관한 업무와 감염자의 처치나 치료 등의 업무가 분리돼야 한다. 폭증하는 감염자에 대처하느라 지금은 방역대책본부의 모든 인력이 감염자 관리에 투입돼 방역정책 집행이 뒷전에 밀리는 느낌이다. 그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체계로 각자의 역량과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

셋째, 보건복지부 등의 기관 내에 ‘방역예비군’ 조직을 창설하는 것이다. 현재는 역학조사관이, 방역관이 모자란다고 덮어놓고 인원을 늘릴 수 없다. 공공 및 민간 의료기관 등에 종사하는 다양한 직종의 의료 인력에 역학조사나 방역의 직무교육을 통해 역량을 갖춘 방역예비군으로 확보해 둬야 한다. 평소에는 본연의 업무에 종사하다가 감염병이 창궐하면 방역예비군으로 동원해 격상된 방역체계의 지휘 아래 적정한 장소에서 그들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투입하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에는 ‘공중보건사업부대’라는 조직이 있다. 부대원들은 전국의 다양한 보건 관련 정부 조직에서 군복을 입고 근무하면서 긴급활동 등에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은 가공할 정도이나 다행스러운 것은 치명률이 낮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치명률은 3.4%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발생 건수는 세계 2위지만 치명률은 0.48%로 11위권으로 낮추고 있는 것이 우리의 의료 수준이다. 적극적으로 확진자를 찾아낸 탓일 수도 있어 아직 판단은 이르기는 하지만, 미지의 감염병 창궐은 갑자기 오므로 예측할 수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미지의 질병을 ‘디지즈 X’(Disease X)라 부르면서 이에 대응 준비를 권유하고 있을 정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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