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숙 대한간호협회 이사·홍보위원장

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이 2019년 말로 4만9000병상까지 확대되었다.

간병비 부담 해소와 간호서비스 질 제고 등을 목적으로 2007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이 시작된 이래 제도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만 2022년까지 10만 병상 확대 계획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 각계의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사업 시행의 핵심인 간호인력 수급대책에 따른 문제점과 이에 대한 조속한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다.

첫째,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꼭 필요한 중환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그간 사적비용으로 해결하던 간병비를 전 국민이 부담하는 공적재원으로 지불한다는 점에서 당초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자가 그 수혜를 누리고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하겠다. 특수병상 등을 제외한 전체 24만 가용병상 중 10만 병상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은, 진료비 부담이 큰 급성기 중증환자가 간병비 부담까지 가중돼 가계 파탄에까지 내몰리는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병동별로 부분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단기시술이나 단기항암환자 위주로 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선별은 병원 단위에서 자체 환자선정 지침을 마련, 운영하고 있으나 의식이 혼미하거나 불안정한 환자 등을 제외하다 보니 간호간병 손길이 적게 가는 환자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시키는 왜곡이 만연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전체 입원환자의 53.1%만이 돌봄이 필요하고, 나머지 47%의 환자는 돌봄이 필요 없는 셀프케어가 가능한 환자다. 따라서 중증도 기반의 간호 필요도를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근거로 간호인력배치와 사후평가까지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사업명칭에서 ‘간병’이라는 용어를 삭제해야 한다. 의료기관 내에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간병’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대만 정도에만 있는 독특한 병원문화임이 익히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관행으로 인해 이 사업을 가족과 사적 간병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던 부분을 간호사가 다 해준다는 오해가 만연해 있다. 그 결과 간호가 아닌 지나친 비의료적 도움까지 요구하는 민원들이 간호사가 본연의 간호에 집중하기 어렵게 하여 간호간병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힘들게 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통합서비스를 위한 인력 충원은 고사하고 일반병동의 간호서비스를 위한 필수 간호사 수급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10만 병상 확대를 위해서 간호사들이 더 충원되어야 한다. 이미 통합병동 간호사 수는 2만5000명이 증가했으나 이는 순수 증가가 아닌 일반병동에서 업무가 변경된 숫자가 포함되어 있어 통합서비스 인력이 더 충원되어야 한다

종합병원 일반병상의 경우 기관별 간호등급은 4등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병원급은 미신고를 포함한 최하위 7등급이 76%에 이른다. 종합병원 4등급은 간호사 1인당 15명 이상, 병원급은 22명 이상의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데, 이는 종합병원에서는 환자 1인당 시간당 직접 간호를 제공하는 시간은 4분, 병원급에서는 2분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논하기 전에 일반병동에서 환자의 안전과 생명보장을 위하여 의료법에 명시한 법정 최소인력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당 입원기간은 연간평균 18.5일로, OECD 평균(8.2일) 대비 2.26배나 많은 비정상적인 과잉이용 행태를 그냥 둔 채로 그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급성기 병상의 재원기간은 뚜렷하게 감소추세를 보이나 중소병원 이하의 재원기간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정의료 이용에 대한 유인책이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 급성기 중증환자의 분류체계나 아급성, 만성질환자의 재원기간만 늘어나는 가능성을 방지할 대책 마련 없이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은 불요불급한 국민의료비 부담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넷째, 간호사 부족을 대체인력으로 충당하려는 움직임은 간호를 전근대적인 간병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원래 목적은 전통적으로 환자 보호자, 간병인 등 비전문 인력에게 전가되었던 간호서비스를 전문간호인력에게 담당하도록 정상화시킴으로써,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재원기간 단축을 통해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정규 간호인력 비중이 환자사망률과 각종 낙상, 후유증, 재입원율의 증가 등과 직결된다는 다수의 실증연구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한시적으로 간호인력이 부족하다고 간호조무사 등 비전문인에게 간호를 분담시켰다가 사후에 정규 간호사에게 그 역할을 되돌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 네 가지 선결과제 해결을 제안한다.

첫째, 모든 환자가 아닌 가용 병상(병상의 42%)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서 충분한 직접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선진간호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간호의 가치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내에서 진정한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우선, 의료법상 법정 필수간호인력 확충 기준인 간호사 1인당 환자 12명을 최저기준으로 하고 상급종합병원 정도는 5명 내외의 환자를 담당하도록 인력배치 기준을 재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시범사업 명칭을 ‘간병’을 삭제하고 ‘통합간호서비스’ 시범사업 등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해당 병동 간호사가 일부 환자의 비의료적 업무까지 강요당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라도 제도의 명칭을 간호 본래의 기능으로 되돌리는 의미를 담은 내용으로 변경함으로써 ‘간병’ 중심이 아니라고 굳이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현재 현장간호인력의 이탈방지를 위하여 해당 기관 차원에서의 맞춤지원과 근로환경 개선 노력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간호대학의 실습 내실화 및 신규간호사 적응 지원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간호사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가 목표로 하는 가용병상의 50%가 달성된 시점에서, 양적 확대에만 치중할 경우 이벤트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우려하면서, 본래의 취지대로 중증환자 중심의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틀의 보완, 전문 간호인력에 의한 질 높은 간호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제도로 운영됨으로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가 지속가능한 체계로 정착될 수 있도록 검토와 보완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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