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서 극 중 대치와 여옥이 일본군 위안소에서 만나는 장면. 수키컴퍼니 제공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서 극 중 대치와 여옥이 일본군 위안소에서 만나는 장면. 수키컴퍼니 제공

- 흥행 실패 ‘여명의 눈동자’… 변숙희 제작자의 ‘고백’

멈추라는 항의도 받았지만
작은 저력 보여주려고 진행
스태프 보수 미지급액 남아

메르스 때도 공연계 큰 피해
재난때 정부 문화지원 필요
대관료 일부 보전 등 검토를


창작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지난달 27일 공연을 마쳤다. 1월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티켓 반환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이 작품 프로듀서인 변숙희(50·작은 사진) 수키컴퍼니 대표는 공연을 마친 보람을 느끼기는커녕 얼이 빠져 있는 상태다. 당초 작품 개막 때 공연 종료 시점에 변 대표를 만나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작품성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흥행 성공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선방만 한다면 중소 제작사의 모험적 시도를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공연 이후 변 대표와 수차례 나눈 대화는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은 중소 공연사가 처한 상황과 함께 프리랜서 배우, 스태프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공연을 왜 중단하지 않느냐는 항의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멈추면 사회 전체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연장 방역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요.”

공연을 중단하면, 당장 현장 스태프가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대형이 아닌 중소 제작사도 위기 상황에서 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청소년 단체 관람 등이 대거 취소됐다. 이런 상황이 생기자, 공연계 일각에서 “대극장에 공연을 올린 것부터 잘못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작사가 배우·스태프에게 보수를 다 주지 못한 상황에서 큰 무대를 강행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변 대표는 투자사가 약속한 제작비를 다 주지 않아 제작사로서 예기치 않게 제작비를 자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우·스태프에게 보수를 지급하면서 미지급 부분이 발생했어요. 지불 각서를 써 주고 끝까지 공연을 진행했어요. 참 죄송하지요.”

변 대표는 인터파크 예매 대금으로 인건비를 해결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투자사가 대금을 압류하는 바람에 실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수키컴퍼니와 투자 계약을 맺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제작비의 65%만 지급했다. 그러나 이 엔터 회사에 투자한 대기업은 투자금 15억 원을 다 넣었다며 엔터 회사로부터 채권 양도를 받아 인터파크 대금을 압류했다.

이와 관련,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투자금을 집행했고 그 돈이 제작비로 쓰였으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돈을 넣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했다. 변 대표는 “계약이 다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 양도가 무효”라며 “판매 대금으로 인건비를 우선 해결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잘 협의해서 소송까지 가지 않고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여명의 눈동자’ 초연 때도 투자 사기를 당해 곤란을 겪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객석을 무대로 올리는 실험적 공연을 하고 호평을 얻었다. 그 덕분에 이번에 재공연을 하게 됐다.

“초연 때 그 어려움을 겪었던 배우들이 재연에도 함께해 줘 참으로 감사했어요. 김지현, 테이, 김진태, 조태일, 조남희, 유보영…. 김진태 배우는 초연 때 저희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했어요. 물론 저희가 갚았지만…. 진짜 어른이라는 생각을 했지요. 조남희 선생은 배우들이 흔들릴 때마다 좋은 작품이니 끝까지 함께 가자고 설득하더군요. 김지현, 테이 배우는 주역으로서 작품 중심을 잡아줬어요. 마선영 조명, 강국현 음향, 서정민 무대 감독들께도 말로 못 할 감사함을 갖고 있어요.”

그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장대한 서사로 그려낸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래서 지방 공연이 무산되고, 중국·베트남 진출 논의가 중단된 것이 더 가슴 아프다.

그는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 프로듀서와 제작 감독으로 15년간 일하며 인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공연계가 재난 때마다 큰 피해를 당하는 모습을 봤다. 공연 관련 회사가 파산, 폐업하고 관련자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것도 봤다.

그래서 정부 당국이 재난 때 공연계를 지원하는 대책은 포괄적이기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관료를 일부 보전하거나 티켓 취소 근거 자료를 토대로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고, 임대료 문제 등으로 사무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어떻게 정리를 해 나가야 할지 답답하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헤쳐 나가서 좋은 작품에 함께해 준 분들께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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