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자본주의 축제’로 불린다. 매년 5월 초 미국 소도시 오마하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 주주 자격으로 참석하는 게 투자자들 사이에 죽기 전에 꼭 해보고픈 버킷리스트로 꼽힐 정도다.
3월, 주총의 계절이다. 한국 상장사에 올해 주총 시즌은 축제는 고사하고 ‘고통의 계절’로 부를 만하다. 가장 시급한 건 사외이사 선임 문제. 1월 말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으로 제한되면서 올해 566개 사가 71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수백 개 상장사가 일시에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다 보니 주총이 임박했는데도 구인난에 빠진 곳이 부지기수다. 상법상 사외이사 요건 미충족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이기 때문에 중소 상장사들은 더 난리다.
감사 선임 문제도 심각하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를 보완해주던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을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덜컥 폐지하면서 사달이 났다. 상법상 주총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최소한 전체 주주의 25% 찬성표를 받아야 하는데, 섀도보팅 없이 의결정족수를 채워야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섀도보팅 폐지 후 지난해 주총 안건 부결이 배 이상으로 늘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주총 참석률이 바닥일 것으로 보여 초비상이다. 궁여지책으로 의결권 위임 권유 대행업체에 수천만 원씩 주고 일을 맡긴다고 하니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다. 일부 기업은 이런 돈이라도 줄이려고 전 직원이 지분이 많은 소액주주 위임장을 받기 위해 전국을 돌다 보니 “여기에 매달리느라 본업을 못하겠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또 있다. ‘5% 룰’ 완화로 한층 입김이 세진 국민연금이 기업 블랙리스트까지 발표하고 3월 주총을 벼르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는 상장사 목을 죄면서 “축제 같은 주총이 돼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생지옥 주총’이 될 판이다. 문 정부 정책으로 겪는 기업 고통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로 생사 고비를 넘고 있는 기업에 정책발(發) 주총 고통까지 가해지니 인내의 한계를 호소한다. 이 모든 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부를 모시고(?) 기업 하는 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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