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부작용에 코로나 덮쳐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 무력화
저금리에 통화정책 효과도 저조
효율적 재정으로 생산 견인해야
정권 수뇌부, 지지층 보상 급급
정확한 판단 통한 메시지 절실
분배 통한 소득 증가에는 한계
최저임금 등 분배 개선도 실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2년 9개월간 한국경제에 온갖 부작용을 초래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정책 기조 전환이 절실하던 처지에 이번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염병 악재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습적인 창궐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경제 전반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14개월째 내리막이던 수출과 극도의 소비 부진에 허덕이던 내수가 한꺼번에 복합 충격을 받는 퍼펙트 스톰의 악몽이 구체화하고 있다. 기업 체감경기는 급락했고 수익성 전망은 시계(視界) 제로의 위기다. 경제의 주축이자 허리인 30∼40대가 고용시장에서 탈락한 가운데 자영업 경기, 서민경제 전반에서 적신호가 요란하다.
곳간에 두면 썩는다는 황당한 요설(饒舌)의 대상으로까지 간주되면서 포퓰리즘 정책에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활용했던 재정은 어느새 고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부실 바이러스가 경제 신체의 전체 기능을 교란하고 훼손하듯 나라 곳곳이 성한 곳이 없다는 장탄식도 들린다. 격랑에 싸인 지금 한국 경제 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달 15일 새로 제50대 한국경제학회 회장에 취임한 이인호(63)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만난 것은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난제, 난국의 격랑 속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얻고 싶은 절박한 심정의 발로 때문이었다. 학회장 취임 3일 후인 18일 오후, 어렵게 시간을 낸 이 회장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연구실에서 만났다. 마침, 인근 서울대 10동 건물에서는 이 대학 아시아연구소 주관으로 마련된, ‘코로나19 사회적 충격과 전망’이란 주제의 긴급 좌담회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봄을 시샘하는 세찬 바람에 마구 흔들렸다. ‘코로나19 정국’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 회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경제 활성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의 분위기를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게끔 바꿔줘야 한다” “공정, 평등이 타인, 조직을 제재할 수 있어 얼핏 들으면 상당히 정의로운 기준 같지만 지속되면 사람들을 짓누를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소주성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면 서랍 속으로 과감히 집어넣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맹점을 때론 우회적으로, 때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신중하고 겸손한 스타일의 경제학자답게 꼼꼼히 메모하고 평소 생각을 정리해 조심스럽게 현안을 짚고 대안을 제시했다. 인터뷰는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론’을 비웃듯 확산하는 등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추가로 보완 과정을 거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등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상황이 참 좋지 않다.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생산설비가 1주일 멈췄다면 원상 복구되는 데 1주일 이상이 소요된다. 중국 부품공급 차질로 이미 한바탕 중단됐던 자동차의 경우 재가동한다 해도 품질을 정상 수준으로 다시 올리는 데 있어, (쉽게 말해) 2주 이상의 교란 후유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중국 수출, 생산 등에 의존도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는 나름 합리적인 결정에 따라 효과를 거둬온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워낙 많은 부품, 소재, 완제품을 싸게 생산하니까 이를 활용한 것이지,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겠나. 기업이 의사결정을 잘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20년 전 외환위기도 국제통화기금(IMF)이 국내 산업의 낙후된 구조조정을 도와준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예컨대 금융시장 같은 경우, 투자은행을 넘어 종합금융회사를 구축하겠다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30개가 넘게 만들어졌다가 모두 정리되지 않았나. 위기는 닥쳤지만 잘 사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정부, 여당의 코로나19 정책 대응 방향은 맞는다고 보나.
“단기 금융 지원 등을 포함한 대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기업들은 규모와 크기에 관계 없이 생각보다 짧은 기간의 충격으로도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몸에서 혈액이 돌아야 하는데 멈추면 썩는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혈액이 순환하고 돌게끔 정부에서 보전해 주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총선과 관계없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대응도 몇 주 전과 견줘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수출 등 경제적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현 시점을 고려하면 선택의 여지 없이 동원할 수밖에 없는 방안이라고 본다. 시내만 돌아봐도 가게마다 손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집행할 시점이라고 본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평상시에 경제의 기초체력을 쌓아 둬야지, 재정지출을 절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정·평등, 정의로워 보이지만 시장 분위기 짓누를 수 있어”
무작정 투자하란다고 성장하나
국내 시장 전체 활성화되려면
돈 벌고 쓰는 순환구조 생겨야
부동산 대책은 ‘투기주도성장’
값 올라갈것 같다는 기대만 줘
상투 끝엔 누군가는 다치게돼
공정경제, 공정위 무력화시켜
全국민 민원 챙기는 기관 전락
‘혁신성장’ 금융정책은 바람직
관치, 韓경제 위협하는 병폐로
官은 시장 룰 만든 뒤 손 떼고
민간은 의존끊고 책임 가져야
―언제나 그렇듯 정부 정책이 획기적인 게 없어 보인다.
“저금리 기조가 오래가면서 통화정책 효과 역시 이제는 별로 없는 듯싶다. 정부로서는 불리한 것이다.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무력화된 상태다. 예컨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은 긴축 대신 재정을 투입했다.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금리를 원상 복귀시킬 기회는 놓쳐 버렸다. 유동성 함정인데,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는 금리를 더 낮춰봐야 돈이 돌지 않는다. 정부 정책 집행과정에서 통화정책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리한 것이다. 재정투입을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집행해 생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재정을 다 쏟아부어 겨우 2%대 턱걸이 성장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이마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정부가 돈을 풀어 국민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모든 나라가 그렇게 했을 텐데 어차피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했다. 하지만 기업 처지에서 보면 작금의 사태로 재고가 쌓일 형편인데 정부에서 설비투자, 기업투자 원래대로 해달라고 한다고 그게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기업투자는 어떻게 견인해야 한다고 보나.
“코로나19 사태와 상관없이 시장 분위기를 바꿔줘야 한다. 기업은 투자할 때 두 가지 면을 본다.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와 얼마의 비용이 투입될 것이냐다. 경기가 급랭한 상태이고 기대심리가 아주 부정적이어서 물건이 아예 팔리지 않는데 비용을 줄이고 임금을 낮춘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될 리 없다. 오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조선업이 회생하고 있는 건 해외수요가 발생해서 그런 것인데 다른 업종에까지 행운을 바라기 쉽지 않다. 전자도 휴대전화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선방하고 있지만, 경기 부양 호재로까지 연결될 수는 없다. 국내 시장 전체가 활성화되려면 그야말로 음식점은 음식 많이 팔고 그래서 그 음식점 주인이 좋은 휴대전화를 사며, 휴대전화 제조 근로자나 사업주는 다시 좋은 밥을 먹으러 음식점에 갈 수 있는, 그런 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그는 이 대목에서 ‘공정’‘평등’이란 용어 자체도 얼핏 들을 때는 모든 걸 제재할 수 있어 보여 상당히 정의로워 보이지만 분위기를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설비투자 역시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데 무작정 투자를 하란다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 경영 구조상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손실에 문책이 따르는데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화의 주제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 쪽으로 옮겼다. 경제학자라면 피할 수 없는 화두일 터이다.)
―소주성 정책을 진단한다면.
“소주성은 일종의 분배 개선이 목표인 정책인 듯싶은데 사실 단어 자체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성장은 소득이 늘어나는 건데 소주성은 어떻게 늘리느냐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분배를 개선하면 내수시장이 커지고 경기가 좀 올라가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분배를 개선하면 소득은 올라가겠지만 일시적이며, 성장은 인구 증가율이나 기술발전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소득분배 개선과 상관없지 않으냐는 이견도 존재한다.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대체근로제 등이 분배를 개선했느냐고 묻는다면 아닌 듯싶다. 분배를 하는 데 있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어느 정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는 듯싶지만, 너무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그릇된 정책 선택을 해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분배 개선 노력은 계속하되 주요 정책 중 이미 실패한 것으로 밝혀진 것은 이제 서랍에 넣었으면 좋겠다.”
―‘공정경제’ ‘혁신성장’은 어떤가.
“지금 이 정부가 쓰고 있는 공정경제는 뭔지 확실하지 않다. 가령 이런 농담까지 나온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했을 때 민원이 너무 많이 쏟아졌다. 누가 왕따를 시키면 공정하지 않으니 벌을 줘야 한다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 공정위가 시장의 공정 경쟁 위반을 규제하는 곳인데 전 국민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까지 모두 처리하는 민원기관이 된 거다.’ 오히려 공정경제라는 게 상당히 중요한 정책기관을 무력화시켰다. 차라리 재벌의 지배력 남용에 대해 규제하겠다, 그렇게 쉽게 얘기하는 게 낫다. 혁신성장은 사실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했던) 창조경제에서 이름이 바뀐 건데 다 맞는 얘기다. 구체적인 부처들의 정책 흐름을 보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자면 공정위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 산업 분야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부정행위를 차단하고 혁신을 돕겠다고 하는 것이나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활용도를 쉽게 높이는 혁신금융을 추진하는 건 바람직해 보인다. 결론을 짓자면 소주성은 수단 선택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므로 다시 활용하지 않으면 안전할 것 같다. 공정경제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로, 자기한테 유리하게 쓰는 느낌이 든다. 단어선택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혁신성장은 좋아 보인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책 최고 수뇌부의 경제인식 판단을 평가한다면.
“지금 경제 전체가 너무 정치적 고려로 포획돼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정권 지지그룹, 세력에 대한 보상의무가 강하다고 할까. 그동안 설파해온 정책 방향과 맞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를 인정하면 그다음에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니까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경기라는 게 긍정적인 자세만 갖고 회복되거나 지표가 상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책 결정 권한을 지닌 이들의 올바른 판단이 우선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에게 더욱 명확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 한쪽에 치우쳐 경도(傾倒)된 얘기만 오락가락 반복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있는 잘못을 안 보이게 만들거나 몇 개 좋은 것만 갖고 얘기하기보다는 ‘좋은 지표가 몇 개 있지만 지금 어려운 건 사실이다. 경제, 사회 전체를 살리기 위해 우리 한번 협심하고 손을 맞잡고 잘해보자’라는 메시지가 더 호소력이 있을 것 같다.”
―총선도 임박해 있는데 청년층,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현금복지 병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 자체로 무조건 위험한 것이다. 경제학에 나오는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입법부 등에서 통제하지 못하면 개인으로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소위 내가 먹지 않아도 어차피 다른 사람들 때문에 망하게 돼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공멸하는 것이다. 입법 책임을 진 이들이 이런 정책이 만들어졌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시장의 지속적인 관심 사안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짜여 있다고 보나.
“거의 투기를 조장하는 것 같다. ‘투기주도성장’의 일환 아닌가. 부동산이든 뭐든 시장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되면 투기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옛 네덜란드의 튤립 거품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부동산이든 뭐든 값이 올라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당장 필요 없다고 해도 사게 된다. 부동산 시장도 결국 자원의 배분이다. 누가 어디 가서 거주할 것인가 이걸 결정하는 것 아니겠나. 시장을 강조하면서 지금 구사하는 부동산 관련 정책이 정책당국자의 목표 달성에 있어 시장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면 반시장주의든 뭐든 상관하지 않겠다. 하지만 주거환경 개선, 인간적인 삶의 향유 측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장의 역할이 지금 정책보다 훨씬 낫다. 사후적으로 보면 한번 크게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 투기하는 이들은 꼭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보이론(greater fool theory)이 있지 않나. 나보다 더 큰 바보, 더 큰 투기꾼 하나만 있으면 나는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상투 끝이 나올 텐데 누군가는 다칠 수 있다.”
―청년실업이 늘고 조기퇴직은 증가하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현안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더디고 효과도 없다.
“노동의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고 문제다. 노동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지닌 시장 참여자가 둘인데 하나는 기업, 하나는 노조다. 그런데 노조가 담합을 했든, 자본의 시장지배력이 커졌든 모두 공정경쟁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품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을 규제하는 게 공정위인데 이런 비슷한 원칙과 기능을 노동시장에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조가 공정경쟁의 선을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규제를 가하면 그 결과로서 유연성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장은 항상 진입과 퇴출이 같이 맞물려 있다. 진입을 못 하게 하면 퇴출이 되지 않는다. 진입을 새로 못 하게 하면 기존에 있던 이들이 경쟁하지 않고 독점하게 된다. 시장의 순환이 원활하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병폐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관치(官治)의 문제라고 본다. 사실 우리 경제 운용의 기본 원칙 자체가 관치다. 똑똑한 공무원들은 20대에 고시에 합격한 비상한 인재들인데 나이 먹으면 간섭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또 민간은 간섭을 받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의존과 눈치가 심해졌다. 자율이란 게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서로 편한 존재로 인식한다. 간섭과 의존, 이것이 우리들의 문제니까 자발적으로 고쳐 보자는 게 없다. 이런 관행과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길게 보면 민간과 관의 관계는 서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관은 일일이 간섭하려 하지 말고 시장의 룰을 잘 만들어주는 것까지만 하고 손을 떼야 한다. 민간은 주어진 룰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룰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지는 자세의 변화, 그런 게 필요하다.”
이 회장은 손꼽히는 금융전문가이기도 하다. 그에게 금융산업의 ‘좌표(座標)’에 대해서도 고견을 구했다. 그는 “금융시장에 삼성 같은 존재가 없다고 하는데 그런 존재가 생기도록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시장은 결국 합리적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는 곳이고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시대에 따라 다른,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며 규제가 엄격해야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고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발본색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곧잘 한국경제의 롤 모델로 스위스를 꼽곤 한다. 왜 그런지 물어봤다. 이 회장은 “스위스를 그대로 추종하라는 게 아니고 선도산업만 봐도 우월성을 지니고 있고 연구·개발(R&D) 등이 내실 있게 움직이고 있는 장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등의 추월을 의식하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기술적 우위를 계속 확보하고 유지할 힘을 키우는 게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인터뷰=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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