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 ‘하늘마루 어린이 놀이터’에 새로 마련된 녹색의 구름사다리 위에서 아이들이 그물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놀이터의 모습은 앞서 6월 사단법인 자연의벗연구소가 아이들을 상대로 진행한 ‘내가 만약 놀이터를 만든다면?’에 대한 그림 설문 결과 한 아이가 상상한 놀이터와 닮아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자연의벗연구소 제공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 ‘하늘마루 어린이 놀이터’에 새로 마련된 녹색의 구름사다리 위에서 아이들이 그물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놀이터의 모습은 앞서 6월 사단법인 자연의벗연구소가 아이들을 상대로 진행한 ‘내가 만약 놀이터를 만든다면?’에 대한 그림 설문 결과 한 아이가 상상한 놀이터와 닮아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자연의벗연구소 제공
■ 서울 양천구 신정동‘하늘마루 어린이 놀이터’

수요일마다 ‘맨날맨날 놀이터’
입소문 타고 아이들 몰려들어

놀잇감 주면 창의적으로 변형
식수대·그늘막 설치 원하기도

주민들 ‘놀이터 자치協’ 구성
놀기 좋은 마을 조성 적극 나서


아이들이 찾지 않는 놀이터는 금세 생기를 잃는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하늘마루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공원 내 위치한 놀이터에는 미끄럼틀, 구름사다리 등 종합놀이기구와 시소 등이 설치돼 있지만, 바닥재가 군데군데 뜯어질 만큼 낡은 데다 쓰레기도 방치돼 있어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원 아래 사단법인 ‘자연의벗연구소’의 ‘놀이터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목표는 누구나 쉽게 함께 모여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연구소는 지난해 4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2∼4시 이곳에 ‘맨날맨날 놀이터’를 열었다. 놀이활동 전문교육을 받은 주민활동가와 봉사자들이 ‘놀이 도우미’로 배치돼 대형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 등 전통놀이부터 딱지놀이, 밧줄놀이, 터널놀이, 천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참여 인원도 배로 늘었다. 놀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점차 틀에서 벗어났다. 자신들이 주도해 새로운 룰을 만들거나, 아예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내기도 했다. 삼삼오오 모여 놀던 아이들은 금세 출신 학교, 나이와 상관없이 한데 어울려 놀이를 즐겼다. 7월에는 그물망으로 된 구름사다리를 새로 설치했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진 셈이다.

박선하 자연의벗연구소 기획부장은 “활동가들이 놀잇감을 가져가면, 아이들은 점차 어른들이 생각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놀이 방법과 규칙을 정해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갔다”며 “딱지치기를 하다 창던지기 놀이로 변형하기도 하고, 마이크로 돌아가며 ‘지휘 놀이’를 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적인 놀이활동 덕에 학부모들도 이 시간 만큼은 안전하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스스로 놀이터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물을 찾는 아이들이 늘었는데, 놀이터에 설치된 식수대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햇빛을 피해 놀거나 쉴 수 있는 ‘그늘 공간’도 부족했다. 이에 연구소는 놀이터 근처 카페에 요청해 ‘놀이하는 아이들에게 물 한 잔’ 캠페인을 진행하며, 양천구청에 식수대 개선을 요청했다. 그늘막 설치도 건의한 상태다. 어른들의 지지와 지역사회의 관심도 놀이터가 생기를 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구소는 놀이터활동 촉진을 위해 주민 등을 대상으로 놀이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놀이터 자치협의회’를 구성했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지지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놀이터를 가장 많이 찾는 아이들이 다니는 신은초등학교 돌봄교실과 연계한 놀이교실도 운영됐다.

맨날맨날 놀이터는 지역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양천구는 맨날맨날 놀이터 사례를 계기로 올해 지역 내 공원에 위치한 놀이터를 활성화하는 ‘창의 놀이터’ 사업을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박 기획부장은 “학구열이 높은 지역 특성상 아이들의 놀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선 아동뿐만 아니라 학부모, 주민 등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지역사회 관계망과 신뢰를 바탕으로 놀기 좋은 놀이터, 놀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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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윤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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