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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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4년간 3152건 접수
업체 과실로 예약 빠뜨렸는데
교통·식품구매비 배상안해줘

샴푸없고 스탠드도 작동안돼
호텔측에 개선요구하자 거부

환급·보상기준 꼼꼼히 살피고
영수증 등 입증자료도 챙겨야


40대 여성 직장인 김모 씨는 올해 초 숙박시설 예약 문제로 즐거워야 할 여행을 망치는 경험을 했다. 그는 가족여행을 위해 한 숙박예약 대행업체에서 펜션을 예약하고 19만8000원을 결제했다. 이후 예약 날짜에 펜션을 방문했지만, 숙박예약 대행업체의 과실로 예약이 빠진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어쩔 수 없이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온 김 씨는 이후 펜션 예약 비용 외 교통비, 식품 구매 비용 등의 배상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주 5일 근무제 정착으로 직장인들의 여가활동이 늘어나며 숙박업소 피해 사례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숙박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총 3152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 603건이던 피해구제 신청은 2017년 829건, 2018년 816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904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여행수요가 몰리는 7∼8월 휴가철에 전체 구제 신청의 26%가 집중됐다. 신청 이유는 △계약불이행 △계약해제·해지·청약철회 거부 △위약금 과다청구 등 계약 관련 사항이 85.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부당행위 시정 요구(4.3%), 품질·A/S(3.6%), 표시·광고·약관(2.8%), 안전(1.8%) 문제가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이용이 늘고 있는 숙박예약 대행사 홈페이지를 통한 계약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가족여행을 준비하던 최모(여) 씨는 지난해 11월 25일 숙박예약 대행업체를 통해 펜션을 예약하고 17만7904원을 결제했다. 예약 직후 할인 등을 적용하기 위해 기존 결제를 취소하고 17만6771원을 재결제했으나 기존 결제에 대한 위약금 10%가 청구됐다. 최 씨는 위약금 청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사업자는 약관을 근거로 청구 취소를 거부했다.

30대 남성 김모 씨 역시 지난해 9월 16일 숙박예약 대행업체를 통해 호텔을 예약하고 대금 50만8450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숙박 당일 입실 후 욕실에 샴푸가 비치돼 있지 않아 불편을 겪었고, 저녁에 사용할 이동식 조명(스탠드)까지 작동하지 않아 스탠드 교환을 요구했으나 호텔 측은 거절했다. 이후 김 씨는 사업자에게 숙박시설 관리 불량으로 인한 배상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전문가들은 숙박예약 대행업체를 통한 예약에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예약 대행 사이트의 환급 보상 기준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저렴한 가격의 숙박 상품의 경우 예약 변경 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예약 취소 요청 시 환급이 불가한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숙박예약 대행사 홈페이지를 통한 숙박 예약 시, 대행사 홈페이지에서 제시하는 거래 조건이 숙박업소의 개별 거래 조건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결제에 앞서 반드시 예약 대행 사이트의 환급·보상 기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문제로 인한 중복 결제와 과도한 위약금 부과 등의 피해를 봤을 경우 신속히 숙박예약 대행사 측에 이의를 제기하고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거래 내용, 영수증 등 객관적인 입증자료를 확보해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약한 숙소에서 위생 불량, 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발견되면 먼저 숙박업소와 예약 대행사에 이의를 제기한 후 만약을 대비해 사진, 동영상 등 증빙자료를 수집해야 분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미신고 불법 숙박시설로 인해 소비자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 유명 관광지에서 펜션이라는 간판을 내건 숙박업소 중 상당수가 미신고 불법 영업을 하고 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날인 지난 1월 25일 가스폭발 사고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토바 펜션’은 펜션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가구주택’이었고, 담당 지자체인 동해시에 펜션 영업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로 드러났다. ‘토바 펜션’은 까다로운 소방 안전 요건 등을 피해 ‘통신판매업’ 신고만 한 후 인터넷으로 손님을 모집해 운영하던 중 참변이 벌어졌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동해시청은 지난 9년간 펜션의 불법 영업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 =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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