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중에 北 발사체 도발
美 항모 4척 집결하는 움직임
대북전쟁 금지法도 심상찮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북한이 3개월여 침묵을 깨고 2일 군사적 도발을 했다. 원산 인근에서 동해 쪽으로 2발의 탄도발사체를 쐈는데, 사거리 240㎞에 고도는 35㎞다. 고도가 낮은 점으로 미뤄 정상 각도로 쐈다면 사거리가 훨씬 더 길었을 것이다. 오는 11월 대선 전에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경계선을 살짝 밟아 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등을 통해 강력한 대미 항전 의지를 보여준 데 이어 국내 정치적 리더십 유지를 위해 위기를 고조시키는 작업을 했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가 코로나19에 관심이 집중된 이 시기에 의외로 미국에서는 북한과 관련한 일련의 굵은 움직임들이 이어져 왔다. 최근 열흘로 좁혀서 본다 해도 상당한 의의를 둘 수 있는 행위들이다. 먼저, 지난 2월 19일(한국시간)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협상으로 복귀하라”는 말을 해 뜬금없다는 인상을 줬었다.
그다음 날인 20일에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미군 정찰기 5종이 일제히 위치식별장치인 트랜스폰더를 켜고 위치를 고의로 노출한 것이다. 이런 일은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하며 도발을 예고했던 지난 연말 이후 무려 두 달 만인데, 그 면면을 보면 북한이 지상에서 뭔가 일을 꾸민다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오산기지에서 이륙한 미 공군의 U-2 정찰기와 주한미군 501정보여단 소속의 RC-12X, E-5C 정찰기가 자신의 위치를 일부러 노출했고, 일본에서 날아온 신호정보수집 정찰기 RC-135W 리벳조인트와 지상감시정찰기 J-STARS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우리는 다 보고 듣고 있다. 경거망동하지 말라.’
지난달 25일엔 유엔 인권이사회가 탈북자 350명 인터뷰를 바탕으로 식량과 강제수용소 등 인권 문제에 대한 상세한 리포트를 작성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정식 회부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오는 10일 이 자료 공개까지 예고했다. 북한에 가장 치명적인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강하게 공론화되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이어 26일에는 미국 상원에서 새로운 소식이 쏟아졌다.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김정은은 평양의 미치광이”라는 발언과 함께 ‘대북 최대 압박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민주당도 동의했는데,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유예했던 300여 개 북한 관련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즉각 재개하는 등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 정책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 대북 군사행동을 막기 위해서”라며 ‘위헌적 대북 전쟁(war) 금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실제 전쟁이 일어날 뻔했던 ‘화염과 분노’ 시기 직후 2018년 1월에 민주당이 발의했던 ‘위헌적 대북 타격(strike) 금지법’에서 한층 더 강화된 법안인데, 이런 상황을 보면 미국 정치 핵심부에서 느끼는 북한 관련 분위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는 우리와 사뭇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군사적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미 국방부 차관대행은 “북한은 불량국가”라고 언급했고, 같은 날 핵무기를 다루는 미군 전략사령관은 “외교관들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에 성공할 수 있도록 군사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주변에는 미국 항공모함들이 집결하고 있다. 제7함대에 전진 배치돼 있는 로널드레이건호 외에 현재 시어도어루스벨트호가 동중국해에서 작전 중이고, 중동에서 작전하고 있는 해리S트루먼호가 서태평양으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인다. 또, 미 서부 해안에서 니미츠함이 서태평양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 해군은 밝혔다. 동북아에 4척의 항공모함이 집결한다면 3척의 항모가 왔던 2017년보다 더 강력한 준비 태세다.
언제부턴가 ‘3월 위기설’이라는 말이 세간에 떠돌았다. 그 3월의 시작에 북한은 미국의 인내력을 시험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北核) 문제 성과에 대해 연일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의 해인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단거리 탄도발사체들을 지난해처럼 별거 아니라고 넘길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을 통해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로를 따라갈 것인지에 북한 정권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멸망의 위기를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피해 갔던 김정은 정권이 이번에는 어떤 행운이 함께할지, 국내 정치적 생존을 위한 도발이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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