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14조 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여 년 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최저치다. 가장 포괄적인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0.9%를 기록해 경기침체의 우려가 현실화했다.
낮은 물가 덕분에,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 GDP 증가율은 그래도 전년에 비해 2.0%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2.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많은 기관에서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자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4분기에만 사회간접자본에 국가 재정을 79조 원이나 투입했다. 4분기에 건설업이 5.6% 성장한 것이나, 경제성장에 정부 지출 기여도가 1.5%라는 한국은행의 발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735만 원으로 전년에 비해 1.1% 증가했지만, 환율이 연평균 5.9% 상승해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3만2047달러로 전년 대비 4.1%나 줄어들었다.
경제 성과가 저조한 것은 소득주도성장 실패 때문이다. 임금 인상은 근로자 소득이 증가하므로 소비가 늘어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므로 고용을 축소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우리나라처럼 영세 자영업 비중이 높거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고집했지만, 2019년의 경제성적표를 보면 소득주도성장이 실패가 드러났다.
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주 52시간 근무제 등도 강행했다. 올해는 그 적용 범위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법정공휴일의 유급휴일화가 시행된다. 결국, 이러한 조치들은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이 올라가는 것이고, 기업활동을 더욱더 위축시킬 것이다. ‘워라밸’ 곧 일과 휴식의 균형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여건이 갖춰질 때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바람직한 일도 불가능하면 못하는 것이다. 의사도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있을 때 수술을 권한다.
이러한 초라한 경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하는 등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고용의 질도 개선됐으며, 저임금 근로자 비중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일부 성과가 낮은 것은 미·중 무역 갈등과 우리 경제의 구조 탓으로 돌렸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나오면 그때는 코로나19 탓만 할 것인가? 과거에도 늘 어려움은 있었다. 1960년대에는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았고, 1970년대는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이 강타했다. 1980년대에는 격심한 노사 갈등과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겪었으며, 1990년대에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이룬 성과다.
고도 성장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에 2% 성장도 선방한 것이라느니, 그래도 일본보다는 낫다는 말은 다 거짓이고 핑계다. 우리는 아직 경제성장에 배고프다. 더 성장해야 저소득층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통일도 준비할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겸손하게 과오(過誤)를 인정하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180도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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