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성급한 예측과는 달리 코로나19 역병(疫病)은 전혀 진정되지 않고 확진자가 5000명을 넘기고 있어 국민이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의 3대 도시 대구의 거리는 코로나19 창궐로 텅 비다시피 하고, 시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대형 마트와 약국, 우체국 앞에 우산을 쓴 채 초조한 모습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빙산(氷山)의 일각일 뿐이다.
그동안 전쟁의 폐허에서 쌓아 올린 대한민국 건설은 지금 사화(士禍)에 버금가는 영일 없는 정쟁 속에 코로나19 대란(大亂)으로 마비된 채 주저앉고 있다. 학교는 물론 모든 생산 시설이 멈출 위기에 처했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세계 80여 나라로부터 봉쇄당하고 있다.
이렇게 재앙(災殃)에 가까울 정도로 무서운 결과가 초래된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가 방역 과정에서 과학적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무능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0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35세 중국인 여성이 코로나 확진 환자로 판정되고 국내에서 확진자가 30명가량 나왔을 때, 대한의사협회는 먼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고 권고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고 코로나19가 곧 종식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라가 이렇게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보다 정치적 목적을 중요시했기 때문임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온 국민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데도 중국에 대해서는 대담하게 여유를 보이며 몇 백만 장의 마스크 ‘상납’은 물론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간청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시 주석을 초청하기 위해 목을 매는 것은 경제 문제라고 변명할 것이다. 하지만 4·15 총선에서 유리한 정치적 분위기를 마련하려는 것이란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대통령의 초기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19 확진자가 청도대남병원과, 신천지교회가 있는 대구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뒤늦게나마 코로나19의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강화한 것은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중국인으로부터의 감염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아닌 대구를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그리고 초기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신천지’라는 종교 집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과 더불어 ‘가짜 박근혜 시계’로 음모론적 덫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정치적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세계 10위대의 경제 대국 대한민국이 코로나19로 후진국으로 추락할 위험을 보이는 것은, 국립보건연구원장을 지낸 박도준 서울대 의대 교수의 지적처럼 문 정부가 ‘과학을 과학으로 풀지 않고 정치로 풀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역병의 방역에 과학보다 정치를 앞세우는 것은 무모할 정도로 어리석고 비도덕적이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코로나 확진자들을 치유하고 돌보기 위해 전국 각지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역병으로 질식하고 있는 대구로 달려가고, 여기저기서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는 그의 위대한 소설 ‘페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존에 대한 희망은 세상의 악을 최소한으로 하는 데 달려 있다. 구원은 신이 아닌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지만, 케어는 인간이 조건과 기대 없이 헌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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