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10년간 세계 공룡 화석 탐사
탄생·번식·멸종 등 모든 과정
소설처럼 박진감 넘치게 묘사

T렉스, 시각·청각·후각 발달
익룡, 공룡 아닌 유사種 주장
공룡史 뒤집는 새로운 시각


자연사박물관에서 인기가 있는 전시관은 단연 공룡관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데다가 어른들도 영화 ‘쥬라기 공원’ 등의 영향으로 친숙하게 여기는 덕분이다.

이 책은 ‘쥬라기 공원’에 나온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렉스)를 비롯한 공룡에 대한 새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저자 스티브 브루사테는 30대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이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부교수로 재직하며 척추고생물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젊은 체력으로 지난 10년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화석을 샅샅이 살폈다. 그는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이 책(원제 ‘The Rise and Fall of the Dinosaurs’)에서 전문가용의 논문체가 아닌 대중 친화적 문장 스타일을 구사한다. 예컨대 슐레지엔 지역의 파충류 화석을 살피기 위해 폴란드를 방문하는 장면부터 동료 고생물학자 그제고시 니에치비에즈키를 만나 함께 연구하는 과정을 소설처럼 박진감 있게 전개한다. 공룡의 왕으로 불리는 T 렉스가 초식 동물들을 사냥하는 장면은 강 건너편 초식 공룡 트리케라톱스의 시각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한다. 길이 13m, 무게 5t의 거대한 몸을 이끌고 대못 같은 이빨 50개로 살육을 자행하는 T 렉스의 모습이 몸서리쳐질 만큼 생생하다.

브루사테는 이 책에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쥬라기 공원’에서 T 렉스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알아채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 결과, T 렉스가 좋은 시력과 날카로운 청각, 예민한 후각을 지녔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T 렉스는 공룡 제왕 권좌에서 홀로 고독을 즐기기보다는 여럿이 떼 지어 다니며 게걸스럽게 살코기를 난도질하는 걸 선호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흔히 공룡의 일종으로 보는 익룡은 공룡이 아니라는 새로운 주장을 제시한다. 익룡은 오늘날의 평균적인 새들과 얼추 비슷한 크기였지만, 그중 몇몇은 날개폭이 소형 비행기보다 넓었다. 날개를 진화시킨 최초의 척추동물인 익룡은 공룡의 친척쯤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룡은 지구상에 언제 어떻게 나타났을까. 저자에 따르면, 2억3000만 년 전에 등장한 최초의 공룡은 집고양이만 한 온순한 동물이었다. 그들은 먹이사슬의 정상에 있는 악어계 조룡을 두려워하는 처지였다. 그런 처지에서도 조금씩 서식지를 넓히며, 고생대 페름기 말 지구 생물 종의 90% 이상을 휩쓸어버린 화산 폭발을 견뎌냈다. 중생대 초기인 트라이아스기에 판게아(Pangaea)가 해체돼 지리와 기후 조건이 완전히 뒤바뀌었을 때도 살아남았다. 마침내 쥐라기가 도래했을 때, 공룡은 거대한 몸집으로 엄청난 살육 능력을 과시하는 지구의 지배자가 됐다. 그들의 제국은 1억5000만 년이나 지속됐다. 저자는 공룡이 지구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지구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기 위해 자신들을 끊임없이 진화시켰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중생대 백악기 말엽인 6600만 년 전에 공룡이 멸종한 것과 관련, 소행성 충돌론을 지지한다. 당시의 먹이사슬에서 일부 대형 초식 동물들이 사라짐으로써 생태계가 취약해졌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즉, 햇빛이 차단되고 광합성이 중단돼 식물이 죽기 시작했을 때 초식 동물들을 먹고 사는 공룡에게 멸종이라는 운명의 그늘이 드리워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류가 공룡 제국의 멸망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대의 생태계는 백악기 말보다 더 취약한 탓이다. “자연계 정점에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끝장나는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을까?” 452쪽, 2만 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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